“Less is More” - Ludwig Mies van der Rohe
Less is More 라는 표현은 2013년에 트레이너로 보직을 변경 했을 때 처음 접하였다. 단어만 놓고 봤을 때는 굉장히 역설적이다. 더 적은(Less) 것이 더 많은(More) 것이다? 어떤 계기나 깨달음 없이 이 말을 받아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처음 트레이너가 되었을 때는 트레이닝 참석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애를 많이 썼다. 당시 함께 일하던 선배의 신념에 따라서, ‘전문가’로 보여지기 위한 지식들을 최대한 많이 포함시키다 보니, 논문의 내용을 참고하여 교육 자료에 포함시키는 등 밤 늦게까지 작업한 자료의 페이지수와 글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기만 했다. 방대한 수업자료로 인해 자연스럽게 참석자들은 질문도 없었고 졸거나 핸드폰 통화를 위해 강의장을 벗어나기 일쑤였지만, 당시의 나는 ‘수업 태도가 나쁜’ 그들을 탓했고, 그들을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힘겨운 트레이닝 과정들을 진행하던 중, 2015년에 시작해서 이듬해까지 1주일씩 4단계에 걸쳐 참석했던 독일의 BMW Group 트레이너 인증 과정은 인생에서 첫 번째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일단 그들은 그 때까지 내가 진행했던 과정들과 배워봤던 과정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했던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손으로 적은 플립차트를 이용하여 정말 최소한의 것만 알려준 후 참석자들로 하여금 서로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탐구하게 하였고, 참석자들이 토론에서 발견한 것을 핀보드를 이용하여 정리해주는 역할만을 하였다. (물론 아주 간혹 참석자들이 완전히 길을 잃을 경우 힌트를 주는 역할도 포함한다.)
30대 후반의 성인이 되어서야 그런 수업 방식을 처음 겪은 나는 1단계 수업에서 완전히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트레이너들이 사용하는 기술들을 즉각적으로 익히는 것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최소한 그들이 사용하는 툴들 - 즉,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대신 손글씨와 색지들, 플립차트, 핀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즉시 적용 해보았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게 마련이다. ‘기존’의 교육방식에 익숙한 많은 참석자들은 ‘복사해 갈 자료’가 없는 트레이닝을 어색해했지만, 더 많은 참석자들은 스스로 토론하고, 손으로 적고,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는 학습을 더 가치있게 여기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로서 나 자신도 강의를 디자인하는 단계에서부터 ‘모든 지식’을 알려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해당 강의의 목표 세 가지를 먼저 세운 후 그 목표를 참석자들이 어떻게 하면 달성할 수 있을지를 더욱 고민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배운 과정에서 그들이 수업 시간에 가장 많이 강조했던 것이 바로 ‘Less is More’ 였다. 그 의미를 지금 다시 정리해보니 트레이너가 중심이 되어 많이 떠들수록 참석자가 스스로의 생각을 덜 하게 되다보니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줄어들지만, 반대로 트레이너가 떠드는 양을 줄일수록 참석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아 가져가는 것의 양과 질이 모두 늘어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2020년 부터는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2021년 말 현재까지도) 강의장에서 여럿이 모여 진행하는 트레이닝 또한 제한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전에는 트레이닝의 부가적인 요소로 생각했던 코칭 및 그 대상자의 범위를 확장하고 또한 직접 진행하고자, 국내 기관을 통하여 본격적으로 학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코칭의 철학과 각종 스킬, 협회 자격 획득, 그리고 집중적인 실습을 통한 자체 인증 과정까지 총 1년여 동안의 수련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고객을 코칭할 때는 여전히 스스로 뭔가 부자연스럽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Co-Active 코칭을 소개받게 되었고, ‘뭔가 배울 수 있을 때 계속 배우자’는 생각으로 전체 5단계 과정에 등록하였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이미 기존에 배운 과정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1단계 입과 첫 날 첫 시간부터 그 ‘없던 기대’는 ‘큰 기대’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는 1.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았고 2. 가르치는 대신 답을 찾아가도록 이끌었고 3. 참석자들이 온몸으로 과정을 느끼며 스스로 변혁을 일깨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독일에서 배운 트레이너 인증 과정이 나의 첫 번째 Less is More 경험이었다면, 미국에서 개발되고 우리나라에서 만난 Co-Active 코치 트레이닝은 나의 두 번째 Less is More 경험이자 첫 번째보다 더욱 강렬한 경험이다. 첫 번째 경험은 나로 하여금 트레이닝 참석자들을 정해진 목표를 향하여 이끄는 것을 더욱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대중 앞에 서는 것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었다. 첫 번째 경험이 더욱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나에 대한 것인 반면에, 두 번째 경험은 한 사람에 집중하는 나에 대한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서 나는 코칭 고객의 ‘존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보다 높은 차원의 경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코칭이 매우 편안해졌다.
더 적게 말할수록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더 적은 물건을 소유할수록 더 많은 공간을 가지게 된다.
상대방을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버릴수록 내가 몰랐던 것을 배울 수 있다.
2020년에 참석했던 과정에서 배운 어른, 아재, 꼰대의 차이점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어른 - Open to learn. (배움에 열려있다.)
아재 - No learning. (더 이상 듣고자/배우고자 하지 않는다.)
꼰대 - Only teaching. (가르치려고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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