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구동 되면서 비율 망친 BMW 두 대

저는 후륜구동 자동차를 좋아합니다. 몇 가지 이유를 꼽아보자면, 1. 주행 성능이 좋다 2. 승차감이 좋다 3. 비율이 멋지다 정도가 떠오릅니다. 그러다보니 자동차 좋아하는 사람들이 꼽는 소위 '명차'들은 역시나 거의 대부분 후륜구동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전륜구동차 잘 만드는 현대차 조차도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전부 후륜구동을 채택하고 있죠? 

 

사실 제가 꼽은 세 가지 이유들 중 1, 2번은 기술의 발전으로 상당히 커버가 되고 있지만, 특히 3번은 정말 기술 발전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본래 여러 브랜드들 중에서도 BMW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몇 년 전부터 디자인적인 면에서 - 특히 콧구멍의 크기 및 형태 등으로 '까이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나름 긴 역사를 가진 헤리티지 요소이기도 하고, 디자이너로서는 그것을 지켜내면서도 깊은 고민과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일 테니까요. 

 

약 40년의 간격. (이미지 출처: kith.com)

 

저는 감히 이런 디자인이라는 위대한 작업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 결과물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감히 평가를 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오늘 쓰는 글은,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개성있고 독특한 두 모델을 BMW에서 포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정리한 것입니다. 이 두 대는 레이아웃 자체가 후륜구동에서 전륜구동으로 바뀐 모델들이다보니, 디자이너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1시리즈인데, 현재 판매중인 F40(5도어 해치) 1시리즈는 3세대 모델에 해당합니다. E87(5도어 해치)과 F20(5도어 해치)은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가장 흔하게 길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해치백이면서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후륜구동 레이아웃을 채택했다는 점이 굉장한 차별점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해치백이면서도 차량 전체 길이 대비 본넷이 굉장히 길게 뻗어있고, 앞바퀴가 앞쪽으로 치우친, 전형적인 후륜구동 승용차의 비율을 하고 있죠.

 

현재 판매중인 모델의 직전세대(F20) 입니다. (이미지출처: BMW Pressclub)

뒷좌석 유리창도 보시면, 실용성을 더욱 중시하는 여느 해치백 차량들과 달리, BMW의 디자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호프마이스터킹크'가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통한 다이나믹한 인상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판매중인 최신 1시리즈 (이미지출처: BMW Pressclub)

그에반해 현행모델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그냥 평범한 해치백의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많은 팬들이 안타까움을 표현했던 바로 그 부분 - MINI와 플랫폼을 공유하게 되면서 전륜구동으로 바뀐 덕분에 전체적인 비율 자체가 변해버린 것이죠. 디자이너는 최대한 전륜구동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음이 분명하지만, 그냥 딱 봐도 앞 문짝과 앞바퀴의 거리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 보이실겁니다. 기존 세로배치 엔진이 가로로 배치되면서 승객석이 앞으로 확 당겨질 수 있었겠죠. 대신 비율은 그냥 흔한 해치백의 비율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것을 '당한' 모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정확히는 1시리즈보다 먼저 당했는데, 4륜구동으로만 판매하는 SUV라서 사람들이 이 부분을 많이 간과하고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바로 X1 입니다.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1세대(E84) X1 (이미지출처: BMW Pressclub)

이 차는 당시 3시리즈 투어링을 기반으로 만들었던 SUV라고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래서 그런지 주행 성능도 SUV라고 하기엔 굉장히 다이나믹했고, 실물로 볼 때도 전형적인 SUV의 느낌보다는 오히려 크로스오버에 조금 더 가깝지 않나 생각되는 차량입니다. 차량 길이에 비해 본넷이 굉장히 긴, 일반적인 SUV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는 비율입니다. 특히 이 차급에서는요.

 

현행 모델인 2세대(F48) X1 (이미지출처: BMW Pressclub)

이 모델같은 경우는 'SUV'라는 관점에서는 성공적으로 변신했다고 볼 수는 있겠습니다. 일단 실내와 트렁크 공간이 많이 넓어졌고, 높이도 많이 높아진 덕분에 누가봐도 실용적인 SUV니까요. 그런데 누가봐도 그저 평범한, 어느 브랜드에나 있을법한 그런 무난한 SUV가 되어버렸습니다. 좋은 차인데, 개성은 안보이네요. 성능도 '좋겠지만', 하지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글 작성 '완료' 버튼을 누르기 전에 쭉 한 번 살펴보니, 이런 '레이아웃'에 따른 비율들이 전기차 시대가 되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기도 하네요. 미래에도 멋진 자동차들을 도로에서 계속해서 만날 수 있도록 자동차 디자이너 분들께서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