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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찾아보니

제네시스 G80 스포츠 - 후륜 조향 시스템

국산 승용차에서도 드디어 뒷바퀴를 '조향'하는 기술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동차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기술은 크게 새롭거나 대단한 것은 아니다보니, 오히려 '이제서야?' 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으실겁니다. 더욱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현대에서 이미 NF쏘나타 시절에 AGCS라는 옵션을 내놓기도 했었지' 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AGCS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후륜 조향 기술과는 약간 다른, 코너링 시 바깥쪽 뒷바퀴(아래 자료에서 '후륜 선회 외측휠')의 토우인 각을 조절하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당시 현대차의 세일즈 자료였나봅니다.. 웹서핑중 주운 자료.

상당히 혁신적인 접근이라 당시 독일 자동차 잡지에서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었다는데, 현실에서는 쏘나타에 이런 훌륭한(?) 옵션을 선택할만한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이후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렸나봅니다.

 

뒷바퀴를 조향하여 주행성능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는 (돈이 넘쳐나던) 80년대 일본차들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데, 요즈음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이 부분을 꽉 잡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출고가 시작된 W223 S-Class의 경우 뒷바퀴를 무려 10도나 꺾을 수 있다고 자랑하는데, 10도를 다 꺾을 일이 유턴이나 주차처럼 서행할 때 말고 과연 또 언제 있을지 저는 잘 상상이 안되긴 합니다만... 개발자들이 알아서 잘 만들었겠죠. 

 

어쨌든, 후륜 조향을 이미 잘 써먹는 브랜드들 중 Porsche나 BMW처럼 다이나믹을 강조하는 브랜드의 차량들의 경우 후륜 조향을 대체로 3~5도 내외로 설정해놓은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 정도 범위가 비용/성능/내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만족시키는 범위이기 때문에 아닌가 싶습니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에서도 아마 이런 것들을 고려하여 최대 3.5도가 꺾이는 후륜 조향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3.5T 모델에만 적용 가능... ^^

 

이런 좋은 옵션을 이왕이면 다 선택할 수 있게 좀 해주시지 왜 3.5T에만... (이미지 출처: 현대차 홈페이지)

 

이 기능이 장착된 차량을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좌/우 회전과 유턴 상황, 그리고 출발지에서 출차나 목적지에서 주차를 하게되는 그런 상황들에서 '없는차에 비해 막 엄청나게 편리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묘한 차이로 차가 마치 한 체급 아래 차처럼 움직이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회전반경의 경우 옵션이 없는 G80은 5.81m인데 비해 옵션이 있으면 5.45m로 36cm가 줄어듭니다. G80의 전장이 5미터에서 5mm 빠지는 4,995mm이고, 휠베이스 또한 3,010mm로 3미터가 넘는 큰 차임을 감안하면, 이런 기술은 앞서 언급한 상황들에서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저속일 때 앞바퀴와 반대로 최대 3.5도까지 (이미지 출처: 현대차 홈페이지)

 

지구상에 없는 그런 기술도 아니고 나름 흔하다면 흔한 옵션이라 뭐 굳이 글까지 쓰나 하실수도 있는데, 제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타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료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지금까지 자료로 본 적은 없었던) '능동형' 이라는 표현을 제네시스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통상 60km/h 이하의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로, 80km/h 이상의 고속에서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를 조향한다는게 일반적인 설명인데, 제네시스의 경우에는 주행 모드에 따라 이것을 달리 하고 있습니다. hmgjournal.com의 글을 참고하여보니, 이 '저속'의 기준이 컴포트 모드에서는 60km/h, 스포츠 모드에서는 80km/h, 그리고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100km/h로 모드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즉, 더 빡센(!) 모드로 갈수록 코너링 성능을 우선시하는 셋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고속일 때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최대 2도까지 (이미지 출처: 현대차 홈페이지)

고속 주행시 제어는 앞서 말씀드린 기준 속도를 넘어서는 경우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를 조향하는 것인데, 이 또한 주행 모드마다 차이가 있어서, 스포츠 모드에서는 컴포트 모드일 때 보다 각도를 더 쓴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고속에서 뒷바퀴를 조향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쯤 되면 여러 주행 모드를 전환할 때의 차이를 강조하는 브랜드에서 즐겨썼던 표현인 "각 주행 모드별로 출력이나 가속페달 반응성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마치 1대의 차로 여러 차를 보유한 것과 같은 효과" 라는 설명은 이제 후륜 조향 시스템이 적용된 G80 앞에서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글을 쭉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 차는 주행 모드 및 속도에 따라 휠베이스까지 달라지는 차네요. G70 슈팅브레이크 같은 이전에 현대차가 도전하지 않았던 장르의 모델을 추가한 것도 그렇고, 최신 트렌드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G80 스포츠 모델을 통해서 제네시스가 이번엔 진짜로 유럽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살짝'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