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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찾아보니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 - 저 왜건 좋아합니다만...

엊그제인 5월 12일, 제네시스 G70의 왜건 버전인 '슈팅 브레이크(Shooting Brake)'가 정식으로 공개되었습니다. 국산 왜건에 슈팅 브레이크라는 모델명을 붙인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나마 국내에 알려졌던 슈팅 브레이크라는 이름이 붙은 차는 2013년 전후 정식 수입이 되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CLS 슈팅 브레이크 정도가 떠오릅니다. 

 

이후로는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죠.. 아쉽습니다. (출처: encar.com)

 

왜건(wagon)이라고 하면 너무 짐차 느낌이라 그런지,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왜건 대신 다른 이름을 사용합니다. 주요 세단 모델의 왜건형을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에스테이트(estate), BMW는 투어링(touring), 아우디는 아반트(avant)라는 이름을 각각 붙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왜건은 세단의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적재공간(=실용성)을 극대화 시킨 모델입니다. 

 

지금은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SUV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럽은 여전히 잘 만든 왜건이 인기가 좋을 뿐 아니라 주요 브랜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델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독일 차량인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나 BMW의 5시리즈의 경우, 그야말로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쏘나타 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흔하게 보이는 차량입니다. 이 모델들은 본국인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모델인데, 신기한(?) 점은 본국인 독일에서는 이 차들의 세단 모델보다 왜건 모델이 훨씬훨씬훨씬훨~~씬 흔하다는 것입니다. 체감상 거의 80%는 왜건입니다. 한 체급 아래인 C클래스나 3시리즈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제네시스도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G70의 왜건을 내놓았나봅니다. 이 사실을 지금까지 몰랐을리가 없는데.. 왜건 없이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다니.... 여튼, 프리미엄 브랜드 답게 다이나믹한 디자인을 잘 살려서 그냥 왜건이 아니라 쿠페스러운 날렵한 루프라인을 지닌 슈팅 브레이크로 내놓았다는 점은 칭찬 받을만 합니다.

 

이 각도에서는 짐차 느낌 제로. (출처: genesis.com)

 

차는 분명 좋을 것 같긴 한데, 솔직히 개인적으로 옆태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아서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네시스의 경쟁상대(라고 제네시스에서는 생각하는)인 독일의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량들, 그 중에서도 같은 체급의 모델들은 아래와 같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애플펜슬을 들었는데, 아래 차량 사진에서 유리창의 라인과 뒤쪽 도어의 형태, 그리고 적재공간 부분의 유리창(초록색 동그라미)을 한 번 유심히 보시죠.

 

Mercedes-Benz C-Class Estate
BMW 3 Series Touring
Audi A4 Avant

 

이렇게 쭉 늘어놓고 보니, 독3사 왜건들은 각 모델의 세단형 차량과 달리 뒷문과 유리창의 형태가 썩 날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측면의 전체 유리창이 트렁크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커다란 유리창까지 쭉 이어져있음을 바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제네시스 G70은 세단의 뒤쪽 도어와 창문 형태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다듬고 또 경영진에서 최종 승인한 디자인일테니, 판단은 실제로 구매할 사람들이 하겠지만요.. 위에 언급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에서 내놓는 왜건들이 공통적으로 트렁크까지 쭉 뻗은 유리창을 고수하는 이유는.. 글쎄요... 제가 직접 여러 종류의 차들을 타보면서 경험한 바로는 저 형태가 2열의 개방감을 굉장히 크게 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뒷좌석에 타고 내리기가 굉장히 편리합니다.

 

진심으로 멋져요! 그런데 다음에는 그냥 독3사 따라하면 어떨까요?

 

물론 제네시스에서도 이미 다 생각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트렁크가 열리는 부위를 최대한 넓게 만들기 위해서 이러한 형태로 만들었다고 설명이 되어있더라고요. 

 

트렁크 리드는 정말 시원하게 열리네요. 그런데 루프가 많이 낮아보이던데...

 

약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이미 이전에 딱 저 위의 독일산 왜건들 처럼 유리창이 적재함까지 쭉 이어지는 왜건들을 만들고 팔았던 경험이 있다는거죠. 대표적인 차량이 국내에서도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판매했고, 유럽 실적도 꽤 괜찮았다고 알려져있는 i40 왜건 입니다. 또한 최근에 있었던 모델로는 2016년 초에 발표했던 Optima Sportswagon이 있죠. 유리창만 놓고보면 현행 BMW 3시리즈 투어링과도 얼핏 비슷할 정도로 시원하게 잘 뽑았습니다.

 

옵티마 스포츠왜건. 국내엔... ㅠ_ㅜ

 

지금 제네시스 모델들이 모두 마음에 들어서, 특히 G70 왜건에 대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유럽 전략 모델이라고는 해도 국내에 나오기만 하면 진짜 차 바꿔?' 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일단 이렇게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실용성 보다는 멋에 더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보여서 좀 아쉽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독3사 뿐 아니라 왜건을 만드는 주요 유럽 브랜드들의 주력 모델들을 다 찾아봤는데 뒷문과 유리창의 형태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일하네요. (끝까지 쭉 뻗음)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의 유럽 시장 도전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아니면 '쟤들은 왜건 첨이래냐?'가 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현대자동차 계속 응원하고요, G80 또는 추후 G70 풀체인지 모델로 멋진 왜건 하나 만들어주시면 진짜 하나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