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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것처럼 알아보니

나만의 포르쉐 911(992) 만들어보니 (3부)

 

1부(클릭)2부(클릭)에 이어 3부작(!) 나만의 포르쉐 911 만들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기본 LED 헤드라이트
헤드라이트 옵션 1단계 - PDLS Plus
헤드라이트 옵션 2단계 - PDLS Plus에 매트릭스 기능 추가

기본 헤드라이트도 이미 LED 사양이 들어가 있지만, 여기에 어댑티브 기능 등 추가적인 지능형 헤드라이트 기능이 필요하시다면 140만원 짜리 PDLS Plus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헤드라이트의 형상은 기본형과 거의 같은데, 헤드라이트 테두리에 링이 하나 추가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좀 더 차별화된 기능과 디자인을 원하실 경우 140만원에 270만원을 더 투입하면 앞 차량 또는 마주오는 차량까지 파악하여 LED 전구를 개별적으로 컨트롤하는 매트릭스 기능이 추가되며, 4포인트로 들어오는 조명도 더 다이나믹한 형상으로 변경됩니다. 이 형태는 이전세대 911에는 없었던 것이라, 가격이 꽤 나가긴 하지만 기능적으로도 주행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에 큰 망설임 없이 선택해봤습니다.

 

블랙베젤'을' 원하면 결국은 500만원 써야함

410만원 짜리 옵션을 선택한 사람들에 한하여 90만원을 추가로 더 쓸 수 있는 아량을 포르쉐가 베풀어줍니다. 헤드라이트 베젤 내부 및 유리가 어둑어둑하게 착색되는 'tinted' 옵션은 기본 사양 또는 140만원 짜리 사양에서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저는 선택하지 않습니다. 

 

안전 주행을 돕는 기능들

차량의 기본가격이 1억을 훌쩍 넘는데 이런 류의 '기능'들이 기본사양이 아니라는 사실에 포르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심지어 후방카메라도 백만 원이나 지불해야 장착됩니다. 이왕 돈 쓰는거, 통크게 240만원 짜리 서라운드뷰를 망설이지 않고 선택해봅니다. 911을 운전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차가 작은 것 같으면서도 사실 그렇게 작지도 않은데다가 리어가니 프론트 대비 넓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초보시절의 주차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가진 DSLR 카메라와 렌즈를 모두 합쳐도 중고 시세가 200만원이 안되는데, 차에 들어가는 4개의 카메라 가격이 240만원이라니 억울한 마음이 살짝 들긴 합니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갈 수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변경 경고, 컴포트 액세스처럼 다른 프리미엄급 차량들에서는 '당연히' 기본인 것들이 이 차에서는 모두 옵션이라니 정말 약이 오르지만, 항상 쓰던 것들을 이제와서 안 쓸 수는 없으니 일단 모두 선택을 합니다.

 

이런 당황스러움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이미 90+120=210만원의 추가요금을 내고 선택한 가죽시트와 스포츠플러스 시트에 통풍 기능은 별도라는 것을 이제와서야 알려주는 친절한 포르쉐입니다. 나름 검소한 911을 만들고 있었는데, 통풍 기능 덕분에 시트에만 최종 360만원을 투입한 셈이 되었습니다.

 

 

차를 '꾸며주는' 각종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옵션들에 지금껏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았는데, 외장 컬러와 안전 벨트를 깔맞춤 할 수 있는 70만원 짜리 기회가 저를 사정없이 흔들어댑니다. 레이싱 옐로우 컬러의 차 안에 레이싱 옐로우 컬러의 안전 벨트를 메고 911을 운전하는 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면서 어쩔 수 없는 흐뭇한 선택을 하고 맙니다.

 

계속되는 깔맞춤의 유혹

초반에 있던 비싼 깔맞춤류들을 애써 외면했었는데, 후반부 와서 계기판과 크로노 시계를 위한 온갖 깔맞춤 옵션들이 저를 잡아 흔들고 있습니다. 대쉬보드 쪽을 바라볼 때마다 시계와 앞휀더가 깔맞춤으로 한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하고, 계기판 중앙의 노란 타코미터를 보며 운전하다가 내리면 깔맞춤 되어있는 노란 차를 바라보는 장면도 떠오르지만, 괜히 운전에 집중하는데에 방해만 될 것 같아서 과감히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습니다.

 

소가 몇 마리 필요한걸까요

초반에 가죽 시트나 가죽 인테리어 사양 외에도, 부위별로 추가 가죽 사양 또는 가죽에 로고 추가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즉,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헤드레스트의 포르쉐 방패 로고 조차 40만원 짜리 추가 옵션이었다는 뜻이었습니다. 가죽은 몸이 닿는 시트와 손으로 잡는 스티어링 휠이면 충분해서 저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실내에 로고를 더 넣지 않아도 이 차가 포르쉐인 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도 그냥 두겠습니다.

 

소가 불쌍해서 가죽을 선택하지 않았더니, 이번에는 인조섬유인 알칸타라의 유혹이

알칸타라는 이제는 그 이름 자체도 강력한 브랜드가 되어있을 뿐 아니라, 경험해보신 분들은 많이들 좋아하십니다. 촉감, 내구성, 방오성 등 장점이 많지만, 이것도 취향 by 취향이라 저는 그렇게 좋아하진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좋아하긴 하지만 저에게 알칸타라에 돈을 쓰겠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정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드디어 막바지입니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 카오디오는 운전자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운전 외의 즐거움이므로, 특히 운전중 음악 듣기를 즐겨하신다면 꼭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메스터가 좋은줄은 누구나 다 알지만, 그렇다고 650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쓰자니 스포츠카의 실내는 기본적으로 좀 시끄럽습니다. 물론 그 시끄러움을 고유의 'Porsche note(포르쉐 노트)'라고도 표현하지만 제 생각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제가 파나메라나 카이엔을 주문한다면 고려해보겠지만, 911에는 보스 사운드시스템이면 충분합니다. 집에서 컴퓨터에 사용하는 훌륭한 보스 스피커도 20여만원 주고 살 때 떨면서 샀는데, 200만원이면 충분한 사치입니다. 

 

 

이렇게 하여, 1억 6,800만원 짜리 '나만의 포르쉐 911'이 완성되었습니다. 기본 차량 가격 1억 4,240만원에 추가한 옵션 가격이 2,560만원으로 나름 선방한 것 같습니다. 8세대로 진화한 911은 기본 모델인 Carrera도 일상 및 스포츠 주행 용도로 차고 넘치도록 충분히 강력해졌으니, '나의 911은 반드시 제로백이 4초 미만이어야 한다'가 아니라면 Carrera를 선택하고 Carrera S와의 차액 만큼을 옵션에 사용하는 것도 괜찬은 선택일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아주 적절한 비교는 아닐 수도 있지만, 0-100km/h으로 측정하는 가속력'만' 놓고 보자면 992 Carrera는 10여년 전의 997 GT3와 거의 같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0-100km/h은 997 Turbo가 더 빠르긴 합니다) 

 

 

전시장에서 영업사원이 굳이 누굴 붙들고 팔려고 하지 않아도, 이미 그 FAN들로 하여금 방구석에서 스스로 열심히 견적을 내도록 하는걸 보니, 포르쉐 바이러스는 정말로 강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만의 포르쉐 911(992) 만들어보니 (1부)

 

나만의 포르쉐 911(992) 만들어보니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