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월 30일) 낮 12시, 3세대 제네시스 G80가 드디어 정식으로 공개되었습니다. 'Digital World Premiere'라고 티저를 해서 뭔가 대단한 영상이 짜잔 하고 나올 것 같아서 저도 아이들 점심을 차리면서도 놓치지 않으려고 시간에 맞춰 접속 중이었습니다. 다만, 막상 12시 30분에 카운트다운 후 영상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인트로 영상 및 이상엽 전무와 비어만 사장이 등장하여 신차에 대해 설명하는 10분짜리 영상이 전부라 분량과 방식에서는 약간 실망하였는데, 내용 자체는 매우 좋았어서 아래에 현대자동차 유튜브의 영상을 아래에 걸어두었습니다.
신형 G80의 공식 이미지를 처음 봤을 때 차가 굉장히 길고 늘씬하게 잘 빠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나온 제원을 보니 전장과 휠베이스는 사실 그대로(전장 5mm 추가되어 4,995mm, 휠베이스 3,010mm로 기존과 동일)입니다! 길거리에서 하도 흔하게 보여서 아무 느낌이 없었지만, 사실 이 수치는 국내 프리미엄 E세그먼트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벤츠 E클래스(각 4,925mm, 2,940mm)와 그 뒤를 쫓는 BMW 5시리즈(4,935mm, 2,975mm)를 훌쩍 뛰어넘는 것입니다. 크기를 더 키우게 되면 세그먼트가 바뀌어버리기 때문에 크기를 더 키울 수가 없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현대자동차 국내외 미디어센터에도 공식 사진이 몇 장 올라와있지 않고, 그 사진들은 제네시스 홈페이지 및 기사 등등 인터넷 여기저기에 이미 많이 올라와있기 때문에 굳이 제가 소개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외부 디자인 요소들은 제네시스 GV80에서 이미 소개된 내용들이 세단에 어떻게 적용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수준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테리어의 경우 아무래도 공간의 크기가 차이가 나다 보니 GV80와 다른 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위는 새로 출시된 G80의 인테리어이고 아래는 GV80의 것입니다. 일단 스티어링 휠(핸들)이 4 스포크와 2 스포크로 크게 차이 나는 것이 보이고, 공조기 컨트롤러가 붙어있는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이 분리되어 있는 G80와는 달리 실내 전고에 여유가 있는 GV80는 센터콘솔이 상승하는 라인을 그리며 공조기 컨트롤러가 그 상단 끝에 붙어있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도어의 암레스트가 급격하게 상승하며 대쉬보드를 감싸고 돌아가는 라인을 그리는 G80와 달리 GV80는 마찬가지로 암레스트가 상승하긴 하지만 대쉬보드 하단에서 대쉬보드와 만나며 끝이 납니다. 아무래도 세단의 시트 포지션 및 시선이 SUV의 것과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물의 차이가 나왔을 것입니다.
사전 공개는 이미 티저 이미지를 통해 이루어졌고, 오늘 정식으로 출시를 한 것이기 때문에 낮 12시에 맞춰 홈페이지에는 이미 카탈로그와 가격표 최종 버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차는 알아서 신경 써서 잘 만들었을 것이고, 신기술들은 GV80에서 두 달 반 전에 이미 소개한 것 이외에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아서 저는 바로 가격표로 직행했습니다.
시작가가 무려 5천만원대 초반 - 5,247만원(개소세 1.5%)으로, GV80의 시작가 6,037만원(개소세 1.5%) 대비 790만원이 낮습니다. GV80에는 기본으로 있는데 G80에 없는 것을 재빠르게 비교해보면 1.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2. 19인치 휠(G80는 18인치가 기본), 3. 루프랙(SUV니까), 4. 뒷좌석 수동식 도어커튼, 5. 2열 폴딩 및 수동 리클라이닝 정도가 보입니다. 차체의 크기 및 실내공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긍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1번과 4번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대신 GV80에는 없지만 G80에 기본으로 들어간 것은 1. 메탈 도어 스커프, 2. 투톤 가죽 스티어링 휠, 3. 다중 충돌 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전에 GV80 가격표를 살펴보았을 때(이전 글 읽기)도 그랬지만, 오늘 G80 가격표를 살펴보면서도 똑같이 드는 생각은 '이게 다 기본 사양이라니?!'라는 것입니다. 상당히 다양한 편의 및 안전사양들이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최신 기술이나 화려한 내/외장에 딱히 관심이 없는 분들은 그냥 기본형을 선택해도 무난한 선택이 될 듯합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많은 사람들이 G80도 세대교체가 되면 기존 4기통 2.2리터 디젤엔진이 6기통 3.0리터로 변경될 것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도 2.2리터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현대차는 '고성능' 디젤 세단에는 관심이 없고 E220d나 520d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지로서만 2.2디젤을 남겨둔 것 같습니다. 디젤의 경우 기존 202마력에서 210마력으로 파워의 상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 18인치 휠 적용 시 복합연비는 14.6km/L, 고속도로 연비는 18.1km/L로 전 세대 대비 꽤나 상승했습니다. 추후 리뷰어들의 시승기가 올라오면 실연비가 얼마나 나올지 기대되는 부분이며,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차 중량이 125kg 줄었다(기존 3.3과 이번 2.5 비교시)고 하는데, 연비 상승에 공차 중량 감소가 상당히 기여하는 것 같습니다.
필수 선택사양을 몇 가지 살펴보면, 3.5 터보의 가격이 GV80는 550만원 이었던데 반해 G80에서는 660만원 입니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G80에서는 110만원 짜리 옵션인데, 3.5터보의 가격차가 딱 110만원인 것을 보면 끼워팔기 아닌가...하는 의심이 살짝 듭니다. GV80에서는 3.5터보의 기본 휠이 20인치인데 G80에서는 19인치입니다. 다만, GV80는 휠이 19/20/22인치로 제공되지만 G80는 18/19/20인치로 제공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AWD의 가격은 GV80보다 70만원이 저렴한데, 그 차액은 'e-LSD 및 터레인 모드'가 GV80에서만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능이 없는 만큼의 가격 차이인 듯합니다.
휠/타이어 가격은 기본보다 하나 큰 치수의 경우 GV80처럼 70만원에 제공되는데 반해, 두 단계 큰 치수는 G80가 250만원으로 GV80의 190만원보다 60만원이 더 비쌉니다. 순간적으로 욱 하다가, 작은 글씨를 자세히 보면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포함'이라고 되어있으니, 해당 옵션가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140만원인 셈이니 나쁜 딜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내겠습니다.
휠이 나름 다양한 것 같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네 가지 모두를 골라볼 수 있는 것은 2.5 터보를 선택할 때뿐입니다. 디젤은 20인치 선택이 불가하고 3.5 터보는 기본이 19인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18인치가 디자인은 스포티한데, 타이어 편평비가 50이라 실제로 이미지를 만들어보았을 때는 타이어가 꽤 두툼한 느낌입니다. GV80의 경우 22인치 선택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하던데, G80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듯합니다.
선택 품목들도 GV80와 유사하게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2열 컴포트 패키지'가 두 단계(I을 선택해야 추가로 II 선택 가능)로 나뉘어 있다는 것과 뒷좌석 듀얼 모니터가 신설되었다는 것입니다.
일전에 작성했던 GV80 포스팅과 달리 이번엔 '풀옵션'인 G80의 가격이 궁금해져서, 필수 선택사양과 선택 품목들을 중복되는 것 없이 모조리 다 넣었더니 8,227만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G80가 직접 겨냥하는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의 가격을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벤츠 E클래스의 경우 홈페이지에 게시된 가장 최신 가격표(2020년 2월 20일)에서 아래와 같이 E클래스 모델들의 가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BMW 5시리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3월 1일 기준의 가격표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프리미엄 E세그먼트 세단에 관심이 평소 있으신 분들은 잘 아시다시피, 위 두 표에서 G80 3.5 터보 AWD와 동급의 파워트레인을 가진 차량은 E450 4MATIC과 540i xDrive 입니다. (두 차량 모두 배기량 3리터) E클래스와 5시리즈가 워낙 길에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보통 엔트리 등급을 생각하고 6~7천만원 이라고 생각들 하시는데, 이 6기통 모델들은 정가가 1억원 언저리인 고가의 차량입니다. 할인을 넉넉히 받는다 해도 G80 풀옵션 정가보다 비싸기 때문에 여전히 G80는 가격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두 수입차의 가격표를 가만히 보니, 가장 낮은 등급은 각각 6,440만원과 6,260만원 부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워낙 할인으로 유명한 두 번째 차는 요즘 얼마나 할인을 받는지 궁금해서 잠시 인터넷을 뒤져보니 800만원 정도를 무난히 받을 수 있나 봅니다. 그러면 가격이 갑자기 5,460만원으로 떨어지며, 기본 가격이 5,247만원인 G80와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됩니다.
오히려 BMW에는 기본 사양인 전자식 계기판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 그리고 선루프(5시리즈는 일반 선루프) 등을 추가하면 430만원이 추가되어 가격이 역전됩니다. 다만 출력이 184마력으로 G80 2.5 터보와 차이가 많이 나지만, BMW의 경우 '반자율주행' 옵션이나 전자식 계기판, 선루프, 가죽시트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필수로 여겨지는 것들이 기본 트림부터 거의 빠짐없이 들어가있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서는 많은 고민이 될 듯합니다.
E클래스의 경우는 가격 자체도 조금씩 더 높지만 할인도 적고 또 '반자율주행' 관련된 옵션 적용에 매우 인색하기 때문에, '벤츠를 탄다'라는 점 외에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아집니다. 특히 E300 미만 모델들의 경우 작년에 전시장에 차를 보러 갔다가 독일 출장가서 타는 택시 수준의 인테리어에 '반자율주행' 기능도 없는, 흔히 말하는 '깡통'사양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번의 GV80 때와 같은 생각을 하며 제가 탈 G80를 만들어보니 6,257만원이라는 견적 예상 가격이 나왔습니다.
제네시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니 이제 막 출시된 신형 G80의 경우 받을 수 있는 할인이 아무것도 없는 데다가 GV80처럼 수개월 이상의 대기 기간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G80가 동급 수입차량들 포함 가장 최신 차량이고 잘 만든 차량인 것도 맞고 옵션 내용들을 세세하게 살펴보면 누릴 수 있는 것도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급 수입차들이 매력적인 할인 조건을 제시한다면 과연 구매자들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제 의견을 물으신다면.. E클래스나 5시리즈 포함하여 수입차를 이미 충분히 타보신 분들이 마침 차량 교체를 고려하고 계신다면 이 차를 진지하게 고려하실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상품성 자체가 좋아서이고, 또 다른 이유는 서비스의 수월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수입차 '판매' 시장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지만 각 브랜드의 서비스는 아직도 한참 따라오는 중이라서, 그나마 가장 큰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벤츠나 BMW 조차도 요새 서비스 예약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엔진오일 교체 같은 간단한 메인터넌스 예약은 수월하게 잡을 수 있지만, 차에서 잡소리가 난다거나 하는 '진단'이 필요한 작업은 기본 수개월 대기가 필요하고, 특히 리콜 작업이 많이 밀려있는 BMW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직접 겪어보시면 압니다..
신형 G80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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