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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것처럼 알아보니

벨로스터 N, DCT, 그리고 863만원 어치의 N 퍼포먼스 파츠

겉모습이 뭐가 딱히 바뀌진 않았습니다

 

지난 4월 17일, 현대자동차는 벨로스터 N에 드디어 습식 8단 DCT가 적용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주말을 지나 21일에 정식으로 출시했습니다. 고성능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제대로 만든 핫해치로 호평을 받고 있는 i30 N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벨로스터 N은 수동변속기로만 제공이 되었기 때문에 현대의 N을 맛보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는 이미 기존 자사 차량들의 연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7단 DCT를 폭넓게 도입하였으나, 낮은 배기량 및 출력을 가진 차량들의 효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적용한 DCT이기 때문에 습식이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 건식이 먼저 개발 및 도입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세계 유수의 고성능차에 장착된 DCT들은 모두 습식이다 보니, 일부 차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습식은 훌륭한 것이고 건식은 후진 것이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고성능 차에 습식 DCT가 적용되는 이유는 단지 높은 출력과 토크로 인해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식히기 위해서라고 보면 됩니다. (엔지니어들이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요..)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대차도 드디어 습식 8단 DCT의 개발을 마치고 최근 출시한 차량들에 차례로 장착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좋은 예로, 기존 건식 7단 DCT의 허용 토크는 34.7kg·m였던데 반해 새로운 습식 8단은 58kg·m에 달하기 때문에 45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2.2 디젤엔진과도 매칭이 되어 올해 출시된 4세대 쏘렌토에 이미 장착된 바 있습니다. (효율, 즉 연비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벨로스터 N같은 스포츠카(또는 스포티한 차량들)에 DCT를 적용하는 목적은, 효율도 효율이지만 성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 큽니다. DCT는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와 달리 클러치가 직결되기 때문에 수동변속기의 효율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클러치가 2개(듀얼클러치)이기 때문에 변속에 소요되는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같은 출력의 엔진에 매칭 시켰을 때 가속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벨로스터 N DCT의 경우 수동변속기+퍼포먼스패키지(275마력)보다 공차중량이 45kg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0.5초가 단축된 5.6초의 0-100km/h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뛰어난 주행 성능으로 이미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벨로스터 N이 가속력도 더욱 강력해진 데다가 맨 왼쪽 페달도 사라졌으니, 적당한 가격에 재미있는 차를 원하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사실 건식이건 습식이건 DCT 자체는 차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기술도 아니고, 수동 또는 자동(DCT)을 선택할 수 있는 '진짜' 스포츠카들은 자동변속이 수동변속보다 가속력과 연비가 모두 우수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감성적인 이유 말고는 수동을 선택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 제가 이번 벨로스터에서 주목했던 점은 습식 DCT 도입 자체가 아니라, 그와 함께 도입된 추가 기능 및 다양하게 제공되는 순정 액세서리들입니다. 그리고 기어셀렉터 레버의 조작 방식도 주목할만합니다. 관련된 추가 기능 중에서도 특히 N Grin Shift(NGS, N 그린 쉬프트)와 N Track Sense Shift(NTS, N 트랙 센스 쉬프트)는 앞으로 나올 현대차의 고성능 모델들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줍니다. 

 

NGS - N Grin Shift :-)

 

N Grin Shift의 'Grin'은 활짝 웃는다는 의미인데, 이 모드가 활성화되면 운전자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NGS 버튼을 눌러 모드 사용 시 20초간 엔진과 변속기의 최대 성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데, 정확히 포르쉐 차량들에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선택 시 사용 가능한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의 기능과 동일합니다. 물론 큰 차이점이 하나 있는데, 포르쉐에서는 기능을 제한 없이 반복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벨로스터에서는 20초 사용 후 3분간 재사용이 안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격으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NTS - N Track Sense Shift

 

N Track Sense Shift는 차가 트랙 주행을 감지(sense)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현재 차량이 다이나믹한 주행(급 코너링, 가속 및 감속)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모드가 자동으로 활성화되어, 코너 진입을 위한 감속 시 쉬프트 다운과 코너링 중 단수 유지 같은 똑똑한 변속을 한다고 합니다. 지구상에 없던 기술은 아니지만, BMW급 이상에서나 경험할 수 있었던 변속 로직을 3천만 원대 국산차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정말 감격스러울 정도입니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님께 감사를....)

 

당기면 +, 밀면 -

 

또한, 작은 부분이지만 현대차에서는 최초로 적용된 - 개인적으로 굉장히 환영하는 변화가 있는데, 바로 기어 셀렉터 레버를 이용하여 수동 모드로 변속 시 +/- 방향이 바뀐 것입니다. 요즘 자동변속기 차량들은 대부분 수동 모드를 지원하는데, 보통 D에서 레버를 옆으로 이동시켜 변속레버를 앞으로 밀거나 당겨서 운전자가 원하는 단수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이때, 지구상 대부분의 차량들은 진행방향으로 밀면 +(플러스, 쉬프트 업), 당기면 -(마이너스, 쉬프트 다운)로 설정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BMW를 비롯한 몇몇 브랜드에서는 이 셋팅이 반대로 되어있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주행 중 기어를 올리는(=쉬프트 업) 상황은 가속 상황이고 기어를 내리는(=쉬프트 다운) 상황은 감속 상황이기 때문에, 주행 중 하중 이동을 고려해보면 흔히들 반대라고 생각하는 셋팅이 오히려 훨씬 자연스럽고 안전한 셋팅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스포츠 버켓시트는 시트에 박힌 N로고에 불 들어온다는데.. 너무 대놓고 M 따라한 것 아닙니까 ㅠ_ㅜ

 

마지막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나 순정 액세서리로 선택할 수 있었던 수준의 튜닝용 부품 라인업(N 퍼포먼스 파츠)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외장 카본 파츠들과 실내 알칸타라 파츠, 그리고 심지어 흡기 필터, 대용량 브레이크, 경량 휠까지 추가로 선택이 가능합니다. 현재 개별소비세 1.5% 기준의 차량 가격 2,944만원에 모든 옵션과 모든 N 퍼포먼스 파츠를 넣어봤더니 4,497만원이 나옵니다. (스포츠 버켓시트 선택시 컨비니언스 패키지 적용 불가 반영)

 

추가 장착 가능한 N 퍼포먼스 파츠. 이걸 다 더하면 무려 863만원!

 

"4,500만원이면 !@#$% 마저도 노려볼 수 있는데!"라는 말이 분명히 나오겠지만, 성능부터 정비 편의(수리비 포함)까지 모두 고려하면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또한 벨로스터 N은 이미 거의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가 있는 상태이므로, 순수하게 퍼포먼스'만' 즐기고 싶다면 기본 차량 가격에서 450만원(퍼포먼스 패키지 및 DCT)만 추가하여 제로백 5.6초를 발휘하는 재미난 차를 3,500만원 정도에 소유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진지하게 i30 N을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1세대 i30를 가솔린 수동과 디젤 수동 두 대를 차례로 보유하고 타면서 느꼈던 당시 국산차 답지 않은 뛰어난 기본기에 반했었고, 현행 i30 N을 독일에서 (직접 타보지는 못했지만) 현지인들이 즐겁게 타는 모습들을 보고 나서는 더더더 그 차가 우리나라에도 출시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벨로스터 N DCT의 출시와 함께 고성능차를 즐기는 문화가 더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다른 N모델들도 좋은 가격에 우수한 성능으로 하루빨리 출시되어 굳이 수입차를 고르지 않아도 재미있는 국산차를 골라 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추가 이미지

 

카본 파츠를 '어퍼라인'과 '언더라인'으로 패키지로 구성했네요. 

'어퍼(upper)라인'은 차량의 상단부로, 사이드미러+리어스포일러로 구성됩니다. (195만)

'언더(under)라인'은 차량의 하단부로, 프론트립+가니쉬+리어디퓨저로 구성됩니다. (255만)

 

 

19인치 경량 휠 - 짝당 13kg으로, 1대분 적용시 2.1kg 감량이라고 합니다
4피스톤 모노블록 캘리퍼 및 경량 디스크
세세한 것들까지 많이 신경 썼습니다.
튜닝용 흡기필터가 순정 액세서리로 나왔습니다!

 

 

 

단돈 49만원에 스티어링 휠, 기어부츠(DCT에도 적용), 주차 브레이크와 센터 콘솔까지 모두 알칸타라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