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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것처럼 알아보니

나만의 포르쉐 911(992) 만들어보니 (2부)

1부(클릭)에 이어서 바로 2부 들어갑니다. 1부에서는 모델선택, 컬러, 휠, 시트 등 굵직한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결정이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옵션'들을 하나씩 채워넣어야 합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다양해보이지만, 사실 기능적으로 크게 유의미한 것들은 그다지 보이진 않습니다. 선루프를 제외한 나머지는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채워주는 요소들이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카본 루프같은 경우 포르쉐 뿐 아니라 타 브랜드에서도 기능적으로는 루프의 무게를 최소화하여 무게중심을 더욱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선루프를 선택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본 재질인 알루미늄 루프도 이미 충분히 가볍고 튼튼한 것이므로, 0.001초를 다투는 극한의 레이스에 출전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그냥 멋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보통의 911과 확 달라보이는 911을 원하는 경우 스포츠디자인 바디킷을 선택할 수 있는데, 앞/뒤범퍼 패키지, 앞범퍼만, 사이드스커트 중에서 선택이 가능합니다.

 

스포츠디자인 앞범퍼

앞/뒤 패키지, 또는 앞을 선택하면 앞범퍼가 이렇게 변경됩니다. 기본사양은 전면부 범퍼 그릴이 가로로 길게 검정색으로 이어져있는데 반해, 스포츠디자인 사양은 좌우와 중앙을 분리하여 좀 더 공격적인 얼굴을 만들어냅니다. 370만원이면 대한민국 거리에 흔한 독일차들 범퍼값의 약 1.5~2배 가격인데, 아무리 포르쉐라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동시에 디자인도 제 취향은 아니라서 선택하지 않습니다. 

 

스포츠디자인 뒷범퍼

뒷범퍼에 변화를 주려면 앞/뒤범퍼 셋트인 570만원 짜리 패키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단부는 마음에 드는데, 대신 양쪽 배기구 사이에 위치해있던 번호판이 범퍼의 중앙부로 위치가 변경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신형 911의 뒷모습이 이전보다 더욱 빵빵한 느낌을 주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번호판이 하단으로 이동하면서 강조된 뒷범퍼의 볼륨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선택하면 그 느낌이 확 죽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선택하지 않기로 합니다. 

 

스포츠디자인 사이드스커트

사이드는 약간 고민입니다. 앞/뒤 범퍼와 상관없이 별도로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하지 않을 시엔 무광 검정인 것이 바디컬러로 도색이 되어 차체의 전체적인 통일감도 높아져 보입니다. 그런데 앞/뒤 범퍼도 선택하지 않은 상태에서 150만원을 들여 사이드만 선택하기도 기분이 좀 그렇고, 또 사이드스커트가 의외로 상처가 잘 나는 부분이기도 해서 그냥 기본사양인 무광검정을 유지하겠습니다.

 

사이드미러 및 유리창 테두리(?)

굵직한 바디 파츠 옵션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보니 이정도 쯤은 가볍게 지나가줄 수 있게 됩니다. 다만 하이글로스 블랙 컬러의 유리창 트림은 지금 타는 차에도 적용이 되어있는 부분이다보니 넣었다 뺐다 계속 고민이 됩니다. 유리창이나 차체를 생각하면 광택이 있는게 예쁜데, 다른 차체 부품들 - 범퍼그릴 내부나 미러 하단부, 뒷범퍼 하단부 등 원래 검정색인 부분들은 광택이 없으니, 광택이 없는게 더 조화로울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실속이 우선이기 때문에 일단은 적용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도어 하단부 모델 로고 데칼(1)
도어 하단부 PORSCHE 로고 데칼

도어 하단부 전체를 가로지르는 PORSCHE 로고는 언제봐도 멋지고, 모터스포츠 느낌이 물씬 나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옵션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992에 적용되는 데칼은 직전세대와 달리 길이가 도어에서 끝나는 것을 보니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아쉽지만 넘어가야겠습니다.

 

 

모델 로고 교체

포르쉐의 다양한 옵션들은 정말 끝이 없는데, 그 중 자잘한 재미있는 것으로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PORSCHE 로고의 도색, 모델 로고의 변경 및 도색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숫자 모델명을 쓰는 911(992부터)이나 718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모델명 전체가 로고로 부착됩니다. (예: 911 Carrera 4S, 718 Boxster GTS 등) 하지만 오너가 원할 경우 세부모델명을 삭제한 대표 모델명만 로고로 부착하거나 아니면 아예 삭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기본 모델명 로고 대신 삭제 또는 축약형을 사용할 경우는 별도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그럼 부품 값을 빼줘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로고를 뺀다 하더라도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부착을 하지 않는 작업'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빼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실속있는' 911을 만드느라 Carrera를 선택한 것 뿐인데, 괜히 차도 없는 사람들이 S를 샀어야 하지 않냐는 둥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서로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숫자 모델명만 남기는 무료 옵션을 선택하겠습니다.

 

이어서 파워트레인 및 섀시와 관련된 옵션들이 등장합니다. 아시다시피 이 옵션들은 차의 성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에 가격도 상당히 높고, 본인이 이 차를 어떤 용도로 탈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선택해야 합니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 (소리가 바뀜)

몇 가지 옵션들 중 외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스포츠 배기 시스템과 스포츠 배기구를 꼽을 수 있습니다. 370만원 짜리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선택하면 머플러(소음기, 사일런서)가 변경되면서 좀 더 스포츠카다운 웅장한 배기음을 들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3.0 터보엔진이 되면서부터 많이 작아진)게 됩니다. 배기구 형태는 기본 사각 팁에서 타원형 팁으로 변경됩니다.

스포츠 배기구 (배기구 팁만 바뀜)

사실 이번 세대는 스포츠 배기 사운드를 실제로 그리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들어보니, 제 막귀에는 370만원 짜리 감동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110만원 짜리 스포츠 배기구를 적용하면 Carrera S처럼 듀얼 트윈 배기구가 적용되어 더욱 스포츠카 다운 외관이 완성되는데, 제 만족도는 이쪽이 훨씬 높습니다. 절약한 260만원을 다른데 쓸 수 있겠습니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적용시 실내 변화

포르쉐 인테리어 하면 떠오르는 큰 특징 중 하나는 대쉬보드 상단 한가운데 자리잡은 시계(Chrono)일텐데, 이 또한 무려 330만원 짜리 옵션입니다. 제 손목시계도 50만원 넘는 것이 없는데, 시계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비싼 옵션입니다. 다행히도(?) 이 옵션 선택시 눈에 보이는 변화는 시계 뿐 아니라, 스티어링 휠 4시 방향쯤에 위치한 모드스위치 추가 입니다. 회전식 모드스위치가 추가되면 주행모드 두 가지가 추가되는데, '스포츠 플러스' 모드와 '인디비주얼' 모드가 추가됩니다. 그리고 선택된 주행모드에 상관없이 순간적으로 모든 힘을 최대 20초간 끌어내어 쓸 수 있게 해주는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이 동그란 스위치의 중앙에 추가됩니다.

 

그리고 겉으로는 드러나보이지 않는 기능이 한 가지 추가되는데, 바로 '런치(launch) 컨트롤' 입니다. 정차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은 뒤 가속 페달을 또한 빠르게 끝까지 밟은 후 계기판의 런치 컨트롤 사인이 뜨면 브레이크 페달만 놓습니다. 그러면 차량이 슬립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최대 가속력을 발휘게 되는데, 이 때 신형 911 Carrera의 경우 0-100km/h 도달 소요 시간이 4.0초로, 기본사양 대비 0.2초를 단축하게 됩니다.

 

디자인적으로 뭔가 더 있어보이는 점 외에도 이러한 성능 및 조작 자체의 이점이 있으니, '포르쉐의 필수 옵션'으로 꼽히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도 망설이지 않고 이 옵션을 추가해보았습니다.

 

이 단계에서 911 기본 모델의 치명적인(!) 약점을 한 가지 발견하게 되었는데, 차량의 주행 성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주는 섀시 옵션인 PDCC(포르쉐 다이나믹 섀시 컨트롤, 460만원, 차량의 롤링 억제 기능)와 Rear Axle Steering(리어 액슬 스티어링, 320만원, 뒷바퀴 조향 기능)은 옵션표에 존재하지가 않아서 선택의 고민 자체를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고가의 옵션이면서 동시에 작동 여부를 눈으로 볼 수도 없는 것이다보니 선택이 망설여지는 기능 입니다. 저는 이 차를 실속형으로 만들어서 일상 주행용으로 타겠다는 생각으로 구성을 하고 있지만, 만약 이 차를 트랙에서 타실 생각이 있거나 평상시에도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신다면 반드시 고민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Carrera S에서만 선택 가능한 PDCC와 Rear-axle steering

 

2부로 마무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어서 한 번 더 끊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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