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5일 출시된 '제네시스의 첫 SUV' Genesis GV80은 출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직렬 6기통 3.0리터 디젤 엔진부터 먼저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2.5리터 및 3.5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이 이미 예고되어있긴 했지만,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을 그다지 곱게 보지 않는 사회적인 시선, 그리고 실제로 2019년 말 자료들을 보면 국산 대표 SUV인 싼타페조차 가솔린 판매량이 디젤을 앞서기 시작했으며, 작년 12월 최다판매SUV를 강조하며 올 초 마케팅을 했던 QM6는 LPG와 가솔린이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볼 때 현대차에서 그렇게 공을 들여 내놓는 GV80을 디젤부터 출시했던 것이 당시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으나,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자동차 전문 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사정이 있었으려니' 하고 큰 고민 없이 그냥 넘어갑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최초 출시한지 약 2개월 만인 3월 9일에 가솔린 엔진이 드디어 라인업에 공식적으로 추가가 되고 전체 가격표가 발표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개인적으로 그동안 많은 기대를 했던 사람들 중 하나로서, 실물이 너무나도 궁금하여 출시 후 바로 매장에 가서 실물을 구경하고 왔었습니다. 차량의 크기, 디자인, 만듦새, 마감, 품질, (짐작가능한)성능 등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국산 프리미엄 SUV가 드디어 나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준 및 가치관은 다를 수 있기에 이 차가 동급으로 고려되는 수입 프리미엄 SUV에 비교하는 평가같은 것은 저는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냥 이 차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장 구매하겠습니다)
특히 이런 카본 파츠까지 순정 선택사양으로 존재한다는 점은, 현대차가 제네시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가격표도 기존 국산차량 가격표와는 완전히 다른 구성인데, 기본 가격 하나가 있고 나머지 모든 내용은 그냥 선택 품목으로 존재합니다. 이것도 마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들의 차량 구성하기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들은 여러 이유로 인해 각 수입사에서 미리 구성해서 가져옵니다)
흔히 하는 표현으로 '깡통'사양인 기본 가격 6천37만원(개소세 1.5%)에 포함된 사양들만 보고 있어도 여기에 굳이 뭐가 더 필요한가 싶습니다. 기본 엔진인 가솔린 2.5 터보엔진은 304마력/5,800rpm을 발휘하며 토크도 43.0kg·m/1,650~4,000rpm으로 매우 준수합니다. 여기에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하여 전방 노면 정보를 미리 인지' 하여 감쇄력을 조절한다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또한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차량 외부 모든 등화장치가 LED라는 점, 이중접합 차음 및 자외선 차단 유리의 적용, 10 에어백 시스템, 꼼꼼히 챙겨넣은 주행 보조 시스템들, 공기 청정 시스템, 천연 가죽 시트, 앞좌석 12방향 컨트롤 및 럼버서포트,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 등을 꼽아보면, 기본사양에서 이미 고급차에게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오늘도 이 차를 사는 입장이 되어서 한 번 구성을 해보겠습니다.
1.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량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면, 이 급의 프리미엄 차량들은 보통 가솔린 엔진의 경우 고급휘발유(고옥탄가)를 사용하도록 되어있다보니 주유에 대한 스트레스가 분명히 있는데, 이 차는 어디에서도 고급휘발유를 써야한다는 정보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에 큰 평화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380마력이나 되는 힘도 굳이 필요하지 않고, 연비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차를 많이 타지도 않기 때문에 엔진은 기본인 2.5 터보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2. AWD도 있으면 좋겠지만, 일반적으로 AWD를 선택하는 이유인 '겨울철에 눈오면' 이라는 상황에서는 사륜구동보다 겨울용타이어가 훨씬 우수한 종합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가볍게 넘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후륜구동을 좋아합니다)
3. 7인승도 있으면 가끔 유용할 것 같긴 한데, 어차피 이 차는 후륜구동 베이스라서 실내 공간이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고, GLE나 X5조차도 3열이 훌륭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GV80에도 별로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4. 매트 컬러를 실물로 보면 정말 갖고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자동세차를 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불편함(매뉴얼에 명시)이 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유광 컬러를 선택하겠습니다.
5. 22인치 휠/타이어 옵션이 190만원인데, 수입차 생각하면 이건 완전히 바퀴 한 짝 가격입니다. 저렴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해서 일반적으로 많이들 선택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큰 휠/타이어를 기존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이, 타이어 처음 교체할 때 정말 기절초풍들 하시는 것을 이전에 많이 봤습니다. 저라면 승차감 및 유지비(타이어값)를 고려하여 기본사양인 19인치를 이용하겠습니다. 디자인도 나쁘지 않습니다.
6. 내장 디자인은 많은 고민을 했는데, 기본사양도 천연가죽이기 때문에 절대 후지지 않습니다. 다만 내장재가 블랙 하이글로시라는 점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아서 한 단계만 올려봤습니다. (+150만원) 제가 경험했던 블랙 하이글로시 내장재들은 공통적으로 먼지가 너무 눈에띄고, 그 먼지만 닦아도 그로 인한 실스크래치가 쉽게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최상위 사양에 적용되는 오픈포어 리얼 우드는 보기에도 예쁘고 만질땐 행복한데, 이 오픈포어(open pore), 즉 진짜 나무의 표면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에 찍힘으로 인한 상처 등이 '앗차' 하는 사이에 쉽게 발생할 수 있고, 당연히 복구는 불가능합니다. 진짜 나무(real wood)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필수 선택 사양' 내용을 읽었을 때, '기본사양'이 아닌 무언가를 반드시 하나 이상 선택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했었는데, 홈페이지 내 'Build Your Genesis'를 쭉 진행해보니, '기본사양'을 선택하는 것도 '선택'한 것으로 진행이 되긴 합니다.
대망의 '선택 품목'으로 넘어왔는데,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개별맞춤'과 제가 알고있는 그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눈에는 '개별 옵션'은 파노라마 선루프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만 보였을 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패키지로 묶여있는 구성이었습니다. 하나하나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와!' 하다가도, 막상 선택하려면 별 관계없는 것들이 묶여있다보니 강매를 당하는 느낌이라 굉장히 망설여집니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제 차를 사는 마음으로 몇 개 골라봅니다.
- 파퓰러패키지: 패키지 내용을 개별적으로 선택하는 것보다 10%가 저렴합니다. (700만원 → 630만원) 하지만 저는 패키지 안의 4가지 중 2가지는 원하지 않기 때문에 넘어갑니다.
- 파노라마 선루프: 일전에 말씀드렸듯, 저는 선루프 없는 차를 타본 적이 없어서 꼭 넣습니다. (+140만원)
- 헤드업 디스플레이: 경험해보지 않으면 궁금한데, 막상 경험해보면 없어도 잘 탑니다.
- 컨비니언스 패키지: 18방향 있으면 좋지만 이미 기본이 12방향이고, 운전하다 피곤하면 잠시 세워놓고 쉬면 되니까 스트레칭 모드 없어도 됩니다. 고스트 도어 클로징은 있으면 남들이 우와 하지만, 시트랑 묶인 옵션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 하이테크 패키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전자식 계기판. 그런데 이게 안전이나 성능과는 사실 크게 상관이 없는 부분이라서 포기했습니다. 지능형 헤드램프도 있으면 좋지만 서울/수도권/광역시/주요도로에서는 이 기능에 고마움을 느낄 상황이 그다지 발생하지를 않습니다.
-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 차량 크기 때문에 서라운드 뷰 모니터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두 가지를 보고 선택합니다. (+180만원)
-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I: 이 패키지가 추가되면 차선 변경 기능 포함 가장 최신 사양의 진정한 반자율주행 가능한 차가 되는데, 선택하지 않아도 이미 상당한 내용들이 '안전' 기본사양에 포함되어 있어서, 아쉽지만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 2열 컴포트 패키지: 저는 2열에 탈 일이 없고, 애들도 2열을 '누리려면' 아직 멀었고, 어른들을 모실 일도 사실상 없어서 넣지 않겠습니다.
-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 18스피커 시스템이라는 점과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이 꽤나 유용할 것 같아서 과감히 추가합니다. (+160만원)
- 아웃도어 패키지: 2열 220V 파워아웃렛은 언제 써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캠핑 다니는 분들께는 유용한지요? 그보다도 이 패키지에 러기지 스크린이 들어가있는 것이 저를 분노하게 합니다. 프리미엄 SUV에 러기지 스크린이 옵션이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러기지 스크린만 출고 후 부품상에 가서, 차량 재구매로 발생하는 멤버십포인트로 구매해야겠습니다.
- 빌트인 캠 패키지: 순정 시스템이라는 점, 그리고 보조배터리까지 추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가격입니다. (+70만원)
이외에도 현대차의 TUIX와 같은 개념으로 출고시 장착하는 순정 액세서리들이 준비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굉장히 좋은 시도인데 이 차에 제가 넣고싶은 것은 딱히 없긴 합니다.
- 사이드 스텝: 눈/비 오는날 하차시 옷이 더러워질 가능성이 오히려 높습니다.
- 차량보호필름 & 프로텍션 매트 패키지: 매트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마찬가지로 추후 멤버십포인트로 부품 구매하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 카본 익스테리어 패키지: GV80은 '아직은' 달리기 차로 인식되지도 않았고, 지향점도 그쪽은 아닌 듯합니다. 이런 시도는 굉장히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차량과 잘 어울리지는 않아보입니다. 가격도 위에 이야기했던 모든 옵션들보다도 더 높은 가격입니다.
제가 만든 GV80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본사양(6,037만, 개소세 1.5%) + 시그니쳐 디자인 셀렉션 I (150만) + 파노라마선루프(140만) +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 (180만) +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 (160만) + 빌트인 캠 패키지 (70만) = 6,737만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 보았지만, 이렇게 구성해보니 7천만 원을 넘기지 않으면서 괜히 윗급의 수입 차량들과 겹치지도 않고 "좋은 차 합리적으로 잘 샀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GV80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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