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부터 10년을 넘게, 세 대의 머신을 거쳐가며 잘 써먹던 돌체구스토를 떠나보내고 네스프레소 프로페셔널 머신 제니우스로 갈아탔습니다. 일단... 맨정신(?)으론 살 수가 없었어요. 이 '프로페셔널' 제품군의 머신과 캡슐은 일반 유통을 하지 않고 네스프레소에서 직접판매로만 판매하는데, 일단 머신이 너무 비싸거든요. 제가 구매한 제니우스가 가장 기본형인데, 69만 9천원 입니다.
가장 고가의 머신 '아길라'의 경우, 별로 캡슐 머신처럼 보이지도 않기도 하고요, 동시에 4잔 추출 가능.. 우유통도 2개 들어가서 카페라떼와 카푸치노까지 바로 만들 수 있더군요.
너무 비싸서 새것 살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도 못했고, 몇 달간 가장 기본인 제니우스 중고 매물만 노리다가 좋은 물건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나와서 35만원에 바로 구입했습니다. 당근과 중고나라를 꽤 오랫동안 모니터링 했는데, 지역이 맞으면 가격이 이상하거나, 가격이 적당하면 지역이 안맞거나 해서 구하는데 꽤 오래걸렸지요. 저한테 판매하신 분은 전문 렌탈업자였는데, 얘기가 잘 되어서 감사하게도 향후 1년간 AS까지 해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돌체구스토 잘 쓰고 있다더니 갑자기 웬 네스프레소? 그것도 일반용이 아닌 프로페셔널??
업무상 행사장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종종 있는데, 호텔처럼 원래 행사를 하는 장소가 아닌, 제3의 장소를 대관해서 행사 공간으로 꾸밀 경우 이벤트 대행사에서 가져오는 커피머신이 항상 이 네스프레소 프로페셔널 머신 입니다. 인원이 많지 않거나 공간이 협소할 경우 제니우스를, 참석 인원이 많을 경우 더 대용량의 머신을 가져오는 것을 수 년간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이미 이 머신들 및 일반 소매용과 다르게 생긴 프로페셔널 캡슐 자체는 이미 익숙한 상태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듯이 저 또한 지난 코로나 2년 동안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졌었는데요.. 첫번째는 '좀 더 맛있는 커피를 먹고싶다' 였고, 두번째는 '캡슐의 부피가 커서 저장 및 쓰레기 처리가 불편하다' 였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의 이 두 가지 문제는 네스프레소 프로페셔널 머신과 캡슐만이 해결해줄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네스프레소 프로페셔널은 대체 뭐가 다르길래? 돌체구스토가 최대 15bar의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데, 네스프레소는 19bar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합니다. 홈페이지에서도 제원에 정확하게 명시가 되어있고요. 에스프레소나 룽고만 뽑아 마시는 저에게는 커피를 잘 뽑아주느냐가 제일 중요한데, 돌체구스토도 좋은 커피를 뽑아 주었지만 역시 본질적인 에스프레소 맛은 네스프레소가 좋더라고요.
또한 캡슐의 생김새가 마치 두툼한 동전 같은 둥글 넓적한 형태를 하고 있다보니 수납이 편리합니다. 50개 캡슐이 들어있는 박스의 가로 길이가 약 20cm이고 무게는 300그램 입니다. 이전까지 꾸준히 사용하던 돌체구스토에 비하면 캡슐이 차지하는 공간이 확 줄어들었네요.
한 달 정도 사용하다보니 추가로 몇 가지 장점을 더 꼽아보게 되는데, 물통 크기가 2리터라는 점, 그리고 연속으로 커피를 뽑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돌체구스토 머신 디자인과 색상이 아무래도 좀 더 아기자기하고 예쁜데, 아무래도 개인 사용자를 타겟으로 하다보니 물통의 크기라든지 추가 예열시간 같은 성능과 관련된 것들을 디자인에 양보한 것 아닌가 싶네요.
집에서 그렇게 커피를 많이 마시면 그냥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지 왜 캡슐을 쓰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실 수 있어요. 맞는 말씀이고요, 저도 아마 제가 집안에 놓고싶은 물건들을 이것저것 다 늘어놓을 수 있는 크기의 집에 살게 된다면 그렇게 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저에게는 머신의 크기와 관리, 캡슐 보관의 편리성과 다양한 맛 등등 캡슐 머신을 사용하는데서 얻는 장점이 에스프레소 머신의 장점보다 더 많다보니, 그 때까지는 캡슐 머신을 유지하게 될 듯합니다.
아, 참고로 이 프로페셔널 머신에 사용하는 캡슐은 마트 같은데서는 보이지 않지만, 네스프레소 홈페이지 통해서 직접 주문 가능하며, 의외로(?) 당근 등 여러 중고 장터에서 '네스프레소 기업용'으로 검색하시면, 미개봉 또는 먹다 남은 캡슐을 개당 500원 선에서 파시는 분들이 꾸준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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