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 저희 집 약은 꿀과 죽염이었습니다. 꿀과 죽염을 자주 먹어서 건강했던건지, 아니면 건강했기 때문에 꿀과 죽염만 먹고도 컨디션 회복이 빨랐던 건지 그 인과관계가 증명된 적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저희 어머니는 전자가 맞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십니다.
지금도 집에 항상 꿀을 놓고 빵에 발라먹거나 또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을 때 꿀차로 마시거나 하는데, 자라면서 (강제로) 꿀을 자주 먹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건지 아니면 원래 제 입맛에 꿀이 잘 맞는건지.. 뭐가 맞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가장 흔하게 접하는 꿀은 바로 달콤한 향과 맛의 아카시아꿀 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트에 가보면 아카시아꿀 외에도 밤꿀, 야생화꿀(잡화꿀) 등등이 보이긴 하지만 역시 아카시아꿀의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xx꿀'이란 결국 꿀벌이 어떤 꽃에서 꿀을 모아왔느냐에 따라 붙이는 이름이라, 생각보다 다양한 꿀을 시중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수년 전부터 뉴질랜드 마누카 꽃에서 채취하는 마누카꿀이 국내에서도 꽤나 인기를 끌고 있고,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전세계적으로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저는 아내가 일찌기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왕이면 뭔가 효능이 있는 꿀을 먹어보자 하여 마누카꿀을 일찍부터 접하여 먹고 있었고, 요즘엔 주변에 선물용으로도 종종 구입하곤 합니다.
마누카꿀의 맛이나 효능같은 것은 이미 인터넷에 정보가 많이 있으니 제 포스팅에서는 생략하고요... 그것보다는 같은 '마누카꿀'이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해봅니다.
일단 마누카꿀이 뉴질랜드 특산품이라, 협회 차원에서 인증 마크 및 품질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뉴질랜드에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게 청정자연...에 기반을 둔 관광 및 건강식품 정도 아니겠습니까?! 너도나도 마누카꿀을 팔겠다고 하면 그들로서는 생업과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 쇼핑몰 이미지에서도 보셨듯, 마누카꿀은 협회에서 부여한 등급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협회 홈페이지 www.umf.org.nz 에서 확인해보니, 등급 표시가 총 5가지가 있습니다.
위 표에 보시면 등급 표시는 5+ 부터 25+ 까지 있는데, 자세히 읽어보면 이 등급은 Methylglyoxal(메틸글리옥살)과 Leptosperin(렙토스페린)이라는 물질이 1kg당 얼마나 함유되었느냐에 따라 매겨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Methylgloyxal은 약자로 MGO라고도 쓰는데, 시중 제품들을 가만히 보면 UMF 등급 숫자가 아닌 MGOxxx(숫자)가 적혀있는 제품들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뉴질랜드산 마누카꿀인데 UMF등급 대신 'MGO250+', 'MGO550+' 이라고 적혀있는식 입니다. 영어 세 글자와 함께 큰 숫자가 적혀있으니 5나 10, 25같은 숫자가 적힌 제품보다 굉장히 좋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령 MGO250+ 라고 표시한 제품은 UMF 등급으로 환산하면 10+의 기준에 약간 못미치는, 결국 5+ 등급 수준에 해당하는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협회 홈페이지의 글들을 쭉 읽어보니 UMF 등급 마크 없이 MGO 수치만 표기하여 파는 제품은 협회 소속사가 아닌 일반 양봉업자의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겠습니다.
사실 이 UMF 등급 표시가 없는 '뉴질랜드산 마누카꿀'도 시중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요. 같은 뉴질랜드 마누카꿀 브랜드 안에서 등급 표시가 별도로 없는 제품은 등급외(?) 같은 느낌이지만 엄연히 마누카 꽃에서 채취한 꿀은 맞습니다. 다만, 꽃이 피어있는 짧은 개화기간 동안 꿀벌이 언제 꿀을 채취했느냐에 따라서 등급 산정에 필요한 핵심 물질들의 함량이 달라질테고, 더러는 미달이 될 수도 있겠죠. 저는 등급 표시 없는 마누카꿀은 아이들과 함께 빵이나 떡에 발라먹고 찍어먹는 용도로 주로 소비하고, 등급이 있는 마누카꿀은 '건강식품'으로 쟁여놓고 먹고 있습니다.
UMF 등급 제도를 잘 이해하셔서 합리적 소비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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