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나 DiSC 검사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 있으실겁니다. 성격, 유형, 심리, 행동 등등을 진단/검사 하는 툴들이죠. 교육 현장에서 전문 강사님들과 함께 유료 진단지를 가지고 진행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약간은) 재미삼아 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버크만(Birkman) 진단은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관계'와 '조직(직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더욱 의미있는 통찰을 제공하며, 특히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창시자인 버크만 박사는 2차 대전에 파일럿으로 참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40년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60년대에는 지금의 틀을 완성하게 됩니다. (자세한 버크만 스토리)
널리 알려진 MBTI도 미국에서 최초 출판이 1962년이니 만들어진 시기는 버크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세한 MBTI 스토리) 하지만 MBTI는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된 시점이 1990년으로, 버크만에 비해 약 20여년 정도 한참 앞서있다 보니, 일반 대중의 관련 인지도는 MBTI쪽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겠죠.
저는 버크만 진단을 작년(2020년)에 코칭 수업을 한참 들을 때 다른 참석자 분들을 통해 처음으로 그 이름을 접하게 되었는데, 최근 수 년 사이에 대기업, 직업상담, 대학교 등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되는 진단 툴이라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게 된 것이죠. 그래서 지난 연말에 가장 기본이 되는 Basic 리포트를 해석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리포트를 가지고 강의를 진행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Facilitator 과정까지 총 4개의 과정을 차례로 이수하였습니다.
제가 이수한 과정 4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Basic - 버크만 리포트의 가장 기본, 대인관계방식(LSG, Life Style Grid)과 조직지향점(ORG, Organizational Focus) 해석에 대한 기초 및 필수 내용들
2. Basic Plus - Basic 리포트의 LSG에서 '흥미' 영역을 10가지 분야로 세분화한 리포트의 해석 방법
3. Preview - Basic Plus 리포트 내용에 덧붙여 '평소행동, 욕구, 스트레스행동'을 11가지 관계요소로 세분화하여 상세히 살펴보고, 선호 업무 스타일까지 확인할 수 있는 '버크만 프로파일'의 해석 방법
4. Facilitator - 개인/기업/조직 내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리포트에 대한 더욱 폭넓은 이해와 강의 기법, 강의 시연 및 피드백 세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버크만 진단을 이미 받아보신 분도 계실텐데, 진단을 받아보신 분은 더 공감하시겠지만 이 진단은 결과 리포트만 받아 읽어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진단을 받아본 적 없이 바로 과정에 들어간 것인데, 수업도 들어보고, 수업 중 제 진단 결과에 대한 설명도 들어보고,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해석도 해보니, 전문 디브리퍼(debriefer)의 설명 없이는 리포트의 의미를 이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과정 전체를 들으면서 버크만 진단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첫째, 이 리포트의 핵심 영역인 '대인관계방식'과 '조직지향점'이라는 두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혼자서 이 진단을 받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고, 최소 둘 이상(친구, 부부, 연인, 팀, 부서 등)의 인원이 서로 잘 맞는 부분이나 그렇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원인 분석과 개인간 차이점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두고 그 갭을 인정하는 후속 조치가 필수적으로 따라 붙어야겠습니다.
아, 예외는 있는데, 수업에서 직업상담 하시는 분들이나 대학의 취업지원 쪽에 계신 분들을 많이 뵈었습니다. 그 경우 리포트의 '흥미 분야'와 '선호 업무 스타일'의 결과를 통해서 진단 대상자 각 개인에게 적합한 커리어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둘째, 리포트의 단계 구분이나 디브리퍼의 도움 없이는 리포트의 해석이 쉽지 않은 점 등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상업적으로 잘 설계된 진단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asic 리포트만 손에 쥐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Basic Plus 리포트를 보면 '아! 나도 모르는 이런 면이 있어서 내가 그렇게 행동했구나(흥미 영역)'가 보이고, Preview 리포트를 보면 '아...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모습을 보였겠구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런 점은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좀 더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관계 요소)'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상위 단계의 리포트에는 더 많은 정보가 인쇄되어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브리퍼를 통해서 리포트의 정확한 의미 및 같이 진단을 받은 사람들(예: 팀, 부서 등)의 결과와 서로 비교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이 진단과 디브리핑의 백미 입니다.
진단은 온라인으로만 이루어지고, 진단지는 결제를 완료한 대상자에게만 이메일로 전달이 되며, 298문항이 어떤 식으로 각 문항에 가중치가 부여되어 상세 리포트로 만들어지는지는 Birkman International(=미국본사)에서만 가지고 있으니, 본사 차원에서의 진단지 판매(?)도 굉장히 튼튼한 비즈니스일 것입니다. 참고로 국내 누적 진단 숫자가 작년까지 약 8만 명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각 나라의 파트너들 -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버크만 코리아가 있는데, 이들은 진단 결과에 대한 디브리핑을 대상자 개인 또는 기업에 직접 서비스하는 비즈니스 및 그 역할을 할 사람들을 교육하고 인증서를 배부하는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또한 버크만 진단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진단을 요청하는 개인과 단체(기업)가 늘어날 것인데, 이게 위에서 계속 말씀드린대로 정확한 '해석'이 중요한 진단이다보니, 버크만 코리아 및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일거리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굳이 따지자면 버크만 코리아는 Birkman International이 지분을 가진 회사는 아닌 것 같긴 한데.... 어쨌든 국내에서도 버크만 진단이 더 많이 보급되고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저도 조만간 저희 부서 진단부터 실시해볼 예정입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거든요. 어떤 프로파일이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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