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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보니

중고 거래의 즐거움 - 커뮤니티 장터에서 당근마켓 까지

이제는 '아나바다' 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많으실 듯합니다. 

IMF 사태 이듬해인 1998년에 등장한 "껴쓰고 눠쓰고 꿔쓰고 시쓰자"의 준말 입니다. 

 

'돌아온 아나바다' 라는 개념(?)이 있군요.. (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결과)

 

이 '아나바다'의 직접적인 영향이었는지 기억이 또렷하지는 않지만, 저도 20여년 전 대학생 때부터 중고 거래를 꾸준히 했습니다. 가장 많이 거래했던 물품은 핸드폰과 카메라 관련 제품들이었고, 커뮤니티의 장터를 주로 이용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지금도 3대 중고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중고나라' 였고, 지금은 예전만하진 못하지만, 카메라 관련 물품을 찾거나 팔아야 할 땐 여전히 이용하게되는 slrclub.com 장터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서 주로 활동하긴 했었습니다.

 

중고나라가 순수 네이버 까페로 시작했던게 2003년 이라는데, 20여년의 세월을 지나며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 전문 업자들과 사기꾼들이 진을 치고 있다보니 몇 년 전부터는 거의 이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찌나 평화로운지 '중고로운 평화나라'라는 meme이 있을 정도지요. 심지어 네이버 ID를 한 번 해킹당한 적이 있었는데, 해킹의 여파로 기존 중고나라 거래내역들도 전부 날아가고 한동안 게시글 자체를 작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재작년(2019)의 어느 날, 지인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당근마켓'을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제 주변에서 중고로 뭔가를 사고파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회식 자리에 '좀 있다가 근처에서 거래가 있다'며 팔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특히 '당근 = 당신의 근처'라는 개념이 맘에 들었습니다. 중고 거래시 직거래든 택배든 크게 가리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거래가 마음이 훨씬 편하거든요. 경험상 사는 입장에서 뿐 아니라 파는 입장에서도 직접 만나서 물건 보여주고 상태체크 및 이상없음 확인하고 헤어지는게 가장 깔끔합니다. 새것이 아니니까요. 

 

순수 개인간 거래는 당근마켓이 평정한 '느낌'이에요. (이미지 출처: 애플 앱스토어 검색 결과)

 

당근마켓이 급부상하면서 저도 상당히 많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기존 커뮤니티 장터들에서는 처분하기가 애매했던 각종 생활 관련 물건들 - 특히나 팔기도 애매한데 버리자니 아깝기도 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그런 죄책감도 많이 드는 아이템들을 인근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가져다가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뭔가를 버리는 것도 돈이 드는 세상인데, 그런 애매한 물건들을 '무료나눔(=0원)'부터 5천원 정도에 올려서 누군가 후다닥 가져갈 때가 기분이 가장 좋습니다. 깨끗하게 사용한 물건들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면 쏠쏠한 용돈도 되고요.

 

당근마켓을 사용한지는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그간 판매한 물품들을 쭉 보니 누적 300만원 정도 되네요. 이래저래 자잘하게 구매한 금액도 이참에 정리해봤더니 비슷한 금액이 나왔습니다. 당근마켓이 이렇게 뜨기 전에도 중고거래를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해오다보니 나름 노하우도 생겼고, 판매/구매 모두에서 '아직은' 사기나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적도 없었습니다.

 

몇 가지 요령을 정리해보았어요.

 

1. 중고로 판매를 잘 하려면

1) 팔고자 하는 물품을 일단 깨끗하게 만들어야합니다. 업자라면 '상품화'라고 하겠죠. 개인도 이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문제점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판매후 분쟁 방지를 위해서라도 꼼꼼하게 확인하며 닦는(?) 것이 좋습니다.

2) 팔려는 물품의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 깨끗한 배경에서 찍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따로 강조해서 찍습니다. 

3) 제품에 대한 설명은 자세히, 하지만 간결한 문장으로 적는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막 ㅎㅎㅎ ㅋㅋㅋ 별로 도움 안되고요...

4) 가격은 여러 플랫폼 참고하여 정하되, 막 급하게 팔아 없애야 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처음부터 저렴하게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지켜보면서 조금씩 내리다보면 누군가는 사가요. ^^

5) 거래는 반드시 내가 걸어갈 수 있는 범위 정도 이내에서...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는 플랫폼이 중고거래 플랫폼들이다보니, 거래장소에 기껏 나갔는데 상대방이 잠수타거나 무리한 흥정을 시도하거나 할 수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가장 멀리 나가는게 집 400미터 앞 지하철역까지 입니다. 5만원 미만은 지하철역까지 나가지도 않습니다. 

6) 제발 택배로 팔아달라는 구매자가 있으면, 포장 전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한 후 발송하면서 구매자에게 보내줍니다. 저도 좀 더 신경쓰게되고, 구매자도 나중에 딴소리를 안하더군요. 그리고 택배비는 예상 택배요금보다 1~2천원 정도 더 받습니다. 포장 박스 및 완충제 챙기기, 추가로 들어간 노동력에 대한거죠.

 

2. 중고로 구매를 잘 하려면

1) 직거래로 구매합니다.

2) '삽니다'는 올리지 맙시다. 이것은 무조건 사기꾼의 표적...

3) 도저히 직거래로 구해지지 않는 물건이라 택배거래를 해야만 한다면, 기존 게시글들을 살펴봅니다. 거주지나 연락처 정보, 직거래 가능한 지역 등이 기존 게시글들과 일치하는지, 그동안 쭉 판매하는 물품의 성격이 일관되는지 등을 쭉 보면 택배로 거래해도 되겠다 안되겠다가 얼추 보입니다. 

4) 무턱대고 깎지 마세요. 답장이 안오거나, 잘 받아야 '안팔아요' 정도 받을듯 하네요. 

5) 거래시 제품 컨디션 충분히 확인.. 특히 전자제품은 정상 작동 확인 필수입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여러분 모두 부자 되시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