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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찾아보니

자동차를 리스/렌트하면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절약?

예전에는 자동차를 할부 또는 현금으로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특히 수입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2000년대 들어서서는 리스 상품이 널리 소개되면서 법인이나 사업자가 아닌 일반 개인까지도 '자동차 명의가 금융사(캐피탈사)라서 세금이나 건강보험료가 할증되지 않습니다'라는 설명에 혹하여 리스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상당히 대중화되었습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최근에는 대기업 렌트카 회사들이 신차 렌트 시장에 뛰어들어 유사한 논리로 일반 개인들에게 렌트를 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리스나 렌트 관련 영상이나 지면 광고를 본 사람들은 이런 검색을 한 번쯤은 해보게 됩니다.

 

그냥 한 번 검색해보니...

 

이번 글에서는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동차는 자동차세를 냅니다. 자동차에 대한 재산세는 별도로 나오지 않습니다. 재산세 부과 대상은 토지, 주택, 건물 뭐 이런 것들입니다. 또한 제아무리 가격이 높고 배기량이 큰 자동차를 구매하더라도, 지역가입자의 경우 자동차로 인해 증가하는 건강보험료의 상한선은 월 42,488.6원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지역가입자에 해당되는 것이고, 직장가입자는 롤스로이스를 타더라도 건강보험료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오로지 본인의 소득금액만을 바탕으로 산정됩니다.

 

여기에 대한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국민건강보험법 제69조를 보니 직장가입자는 보수월액/소득월액에 보험료율을 곱하여 금액을 산정하고,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부과점수에 점수당 금액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고 합니다. 즉, 직장가입자는 재산과 무관하게 버는 돈의 액수 만으로 보험료가 부과되고, 지역가입자만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점수화되어 점수당 금액을 곱하여 계산되는 것입니다.

 

http://law.go.kr 에서 국민건강보험법 검색

 

2. 위에 언급한 '점수당 금액'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44조에 정확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2019년 12월 31일 개정되어 올해 1월 1일부터 1점당 195.8원이라고 나와있습니다.

 

http://law.go.kr 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검색

 

3. 가장 궁금한 '점수'는 이 시행령의 별표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저는 오늘 주제를 자동차에 한정하였으므로, 자동차 등급별 점수를 확인해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재미난(?) 점은 내가 가진 차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더 내거나 덜 낸다는 점입니다. 기준은 딱 두 가지인데, 4천만 원을 넘느냐와 배기량이 얼마냐 입니다. 리스나 렌트는 대부분 3년 또는 그 이내로 이용하므로 복잡하게 볼 것 없이 아래 표에서 감액률 100%에 해당하는 3년까지의 기간만 보면 되는데, 표에서 해당되는 등급의 점수에 195.8원을 곱하면 매월 건강보험료가 자동차로 인해 얼마나 오를지를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형 제네시스 G80 3.5를 지역가입자인 개인이 구매하면 배기량이 3,000cc를 초과하였으므로 11등급인 217점x195.8원=42,488원을 매달 추가로 납부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격이 엇비슷한 BMW 520d를 구매하였다면, 배기량 1,995cc로 6등급에 해당되어 113점x195.8원=22,125원으로 대략 절반가량만 추가로 납부하게 되겠습니다.

 

 

http://law.go.kr 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아래 별표/서식 검색

 

4. 아참, 저도 궁금했었고 여러분들도 궁금하실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배기량'이 없는 자동차는 그럼 기준이 무엇인가?'입니다. 그게 바로 표에서 2등급 및 3등급에만 존재하는 '그 밖의 승용자동차'입니다. 지방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기, 태양열, 알코올을 이용하는 자동차라는데, 그중에서 실제로 판매되는 자동차는 전기를 이용하는 자동차, 즉 전기차입니다. 일부 소형 전기차를 제외하면 시판 중인 전기차는 모두 가격이 4천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4,690만원부터 시작하는 코나 전기차를 타건 1억원이 넘는 벤츠 EQC를 타건 보험료 부과점수는 28점으로 동일하므로, 지역가입자의 경우 월 5,482원(=28x195.8)의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http://law.go.kr에서 지방세법 시행령 검색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자동차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재산의 일부로 여겨져서 이렇게 별도의 점수표까지 법으로 정해져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준조세 성격을 띠고 있는 건강보험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막연히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직장가입자는 오로지 버는 돈만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산정됩니다. 영향을 받는 것은 지역가입자입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최대로 할증(이 적합한 표현인지 저는 모르겠으나)되어봤자 연 51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승용차인 그랜저의 경우, 2.5가솔린과 2.4하이브리드의 비중이 70%가 넘습니다. 이 두 차종의 시작가는 각각 3천만원 초반대와 중반대입니다. 즉, 7등급 109점에 해당되어 지역가입자의 경우 연간 추가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는 25만원대입니다. 그런데 이런 차를 3년간 렌트나 리스로 이용 후 인수나 반납하는 경우의 총비용과, 자가로 보유 또는 동기간 보유 후 매각하는 경우의 총비용을 비교해보면 놀라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사업상의 필요로 자동차 리스나 렌트를 이용하고 비용으로 처리하는 사업자라면 본인에게 유리한지의 여부를 계산하여 결정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유리한 점이 대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살짝 이상한 마무리이긴 하지만, 제가 차를 좋아하다 보니 틈만 나면 차 바꾸는 시나리오를 쓰곤 했었는데, 신혼 초기 어느 날 아내가 저에게 일침을 날린 적이 있습니다. "물건을 사는데 왜 할부로 사요, 돈도 없는 주제에 무슨 차를 바꾼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