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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해보니

내 영어 발음은 괜찮은 것일까?

빠다 바른.... 발음(?)

 

우리가 생각하는 '유창한' 발음은 기본적으로 '미국식으로 굴리는' 발음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완전히 포화된 미국식 영어 교육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영국식 발음' 교육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미국식 또는 영국식 발음에 대한 집착이 영어 공부를 가장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또는 어린 시절부터 영미권에 살면서 영어를 '배워서'가 아니라 '익혀서' 하게 된 경우가 아니고서야, 우리 모두는 외국어로서 영어를 학습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인의 외국어 학습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귀와 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과정에서 걸러낸다는 점 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말에는 없지만 영어에는 있는 f, v, z, r, th 등이 떠오르는데, 이렇게 걸러진 소리는 듣는 과정에서 걸러지며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아는 가장 가까운 소리로 대체가 됩니다. 이 경우는 ㅍ, ㅂ, ㅈ, ㄹ, ㄸ/ㅆ 정도와 짝지어질 것입니다. 이런 발음들은 훈련을 통해서 익혀야만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예를들어, fine - pine, vase - base, zealous - jealous, royal - loyal, thought - sought 같은 단어들을 잘못 발음하면 의미가 완전히 잘못 전달될 수 있겠죠.

 

일본의 マクドナルド[마쿠도나루도],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인들의 구린(?) 영어발음을 놀릴 때 자주 들먹이는 사례 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본인들이 덜떨어져서가 아니라 단지 미국인들이 발음하는 McDonald's가 그들의 귀에 들어올 때 가장 비슷하게 들렸던 방식으로 그들의 문자를 사용해 그렇게 표현하는 것 뿐입니다. 참고로, 맥도날드가 일본에 처음 들어갈 때 일본식 표기가 マクダーナルズ[마쿠다나루즈]가 될 뻔 했었다고 하는데, 후자가 미세하게 미국식 발음에 더 가까운 것 같긴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도 '맥도날드'냐, '맥도날즈'냐로 의견이 나뉘지 않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제가 전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를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제가 업무상 대화를 나누어 본 다양한 국가 출신의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기준의 '유창한' 발음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직업상 여러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유럽 지역에서 열리는 교육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정기적으로 있는데, 참석자들은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모국어의 억양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빠다 바른' 굴리는 발음은 미국인들에게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대체로 '내 발음이 구려서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은, 외국인과 영어로 실제로 대화하는 상황에서는 첫 번째로 중요한 이슈가 아닙니다. 적합한 어휘들을 떠올릴 수 있는 능력과 그것을 가지고 짧든 길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의 문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우리말과 똑같이 영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이기 때문에, 발음이 어딘가 좀 '구린 것 같아도' 주변 상황과 앞뒤 문맥을 통해서 듣는 사람이 '알아먹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영국/호주 등 국가 출신 사람들은 더 잘 알아듣습니다. 우리가 개떡같은 발음으로 말해도 웬만하면 찰떡같이 알아듣죠. 우리가 거리에서 외국인을 마주쳤을 때 그 외국인이 어설프더라도 우리말로 뭔가를 물어본다면, 어떻게든 그 외국인이 하는 말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겁니다.

 

영어를 잘 하고 싶은데 발음이 고민이시라면, 버터 바른 유창한 영어를 하고 싶은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목적이시라면, 그렇다면 미국식 또는 영국식 발음에 대한 고민은 당장 집어치우시는게 좋습니다. Meeting은 [미링]이냐 [미팅]이냐, water는 [워러]냐 [워터]냐는 그런 류의 고민들은 대부분 '자음'의 발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하는 영어 발음을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다면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음'과 '음절'에 대한 이해 입니다. 다음에는 여기에 대한 포스팅을 준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