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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해보니

“듣기는 어느정도 되는데, 말하기가 어려워요. 단어를 더 외워보려고요.”

며칠 전 코칭 세션에서 고객과 대화 중 영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날의 코칭 주제가 영어는 아니었는데, 대화 중 고객의 삶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하기 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코칭 고객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외 여행도 혼자서 다니고,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단지, 자신의 부족한 어휘력으로 인해 하고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그 고객이 영어로 말하고 싶은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의 삶과 신앙에 대한 간증이며, 해외여행을 하다가 만나는 자신과 같은 여행자 또는 현지인들과 어울려 문화와 생각을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영어 단어를 꾸준히 외워야겠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올라왔습니다. 

 

교보문고에서 '영어단어'를 검색했더니 약 6천권의 책이....

 

이 대화를 주고받던 중 저에게 궁금증이 하나 생겨서 고객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보니: 감동적인 간증을 들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간증을 하는 그 분은 어떤 단어를 사용했나요? 어려운 단어인가요 쉬운 단어인가요?

고객: 쉬운 단어를 주로 사용하죠.

보니: 왜 그 분은 쉬운 단어를 주로 사용하실까요?

고객: 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렇겠죠?

보니: 그럼 고객님 본인이 간증을 할 때는 쉬운 단어를 사용해야 할까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해야 할까요?

고객: 아.... 그렇겠네요. 어려운 단어들이 필요한게 아니네요..

 

이 대목에서 고객이 확실히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깨달았다는 것을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여기에 대해 조금 더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고객: 그래도 사람들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려운 단어들이 필요한 상황이 있지 않을까요?

보니: 우리말로 대화할 때를 생각해봅시다.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대화를 할 때 조차도 생소한 단어가 나오면 그걸 풀어서 설명해 주잖아요. 외국인과의 대화에서는 어떨까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대화가 거기서 끝나버릴까요? 그 단어를 알 수 있는 수준의 단어들을 이용해서 뜻을 풀어 설명하면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글을 쓰다가 잘 정리된 인포그래픽 자료를 하나 찾았습니다. 아래 표인데요, 단순히 빈도수를 기준으로 정리한 자료라서 50%까지는 솔직히 와닿지는 않습니다. 50%의 빈도수를 보이는 단어들만 가지고는 '의미'가 전달되기는 쉽지 않아보이네요. 그런데 75%를 커버하는 360단어 수준이 되면 단순하지만 꽤 많은 개념들과 명사들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고, 90%인 2700단어는 이 표에서는 해상도 때문에 글자들을 알아볼 수는 없지만 고해상도 자료에서 확대해서 보면 '이 정도면 어지간한 말은 다 하겠네' 라는 생각이 듭니다.

(American English 기준. 고해상도 자료는 여기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네요!)

 

360개 단어면 영어 대화의 75% 이해 가능. (출처: www.phrasemix.com)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때, 아이가 단어의 뜻을 몰라서 대화가 막히면 아이가 알만한 단어들을 사용하여 설명을 합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모국어가 아닌 언어(영어 등)로 대화를 할 때는 어른 대 어른의 대화라서 그런지 이 방법을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가 말하다가 말하고자 하는 단어가 영어로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말문이 막히면, 말문이 막힌 채로 있을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내가 아는 단어들을 사용하여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면 됩니다. 외국인인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로, 만약 내가 대화중에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를 이야기한다면 '그게 무슨 뜻이냐' 라고 물으면 되고, 그들도 똑같이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풀어서 설명 해줍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영어가 모국어인 '외국인'은 미국, 영국, 그리고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입니다. 우리는 우리와 인종이 다른 외국인 - 특히나 백인의 경우 '영어를 잘 할 것이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많은 나라를 여행해보면 이게 엄청난 편견임을 바로 깨닫게 됩니다. 여행이나 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영어가 외국어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 글은 어려운 영어단어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닙니다. 많은 단어를 알면 알수록 대화가 더 풍성해지는 것은 기본이고, 각자가 처하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소위 '고급' 단어를 상황에 맞게 정확하게 구사하는 능력이 필요한 순간들이 생깁니다. 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 입니다. 한술 밥에 배부를리가 없죠.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의 한계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영어에 대해서는 '나는 아직 말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 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새 영어로 하고싶은 말을 다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