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관심이 많으면서 유럽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는 분이라면, 그 곳의 거리를 달리는 승용차들 중 왜건(wagon, 국립국어원 표기 따름)과 해치백과 세단의 비율을 눈여겨 보신 적이 분명히 있을겁니다. 우리나라에선 세단이 절대적으로 대부분이지만 그 곳에서는 해치백과 왜건이 절대적으로 대부분 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세단으로 팔리는 수입차들이 그 곳에서 왜건 버전이 존재한다면, 세단이 아니라 왜건 버전이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받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예: 벤츠 C/E클래스, BMW 3/5시리즈, 아우디 A4/A6 등)
누가 더 좋다 나쁘다 또는 우월하다 열등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자동차 기업들을 보유한 곳에 사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동차와, 1975년에서야 최초의 고유모델을 가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동차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부연설명을 하자니 괜한 사대주의같은 느낌이 들어서 서론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미국인에게 픽업 트럭은 또 다른 의미인 것으로)
저는 수입 세단 한 대와 국산 SUV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제가 가장 갖고싶은 차를 꼽아보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꼭 들어오는 차들 중 BMW 3시리즈 투어링(=왜건의 BMW식 표기)이 언제나 빠지지 않습니다. (제 대신 제 동생이 사긴 했습니다..) 제가 이 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인데, 멋있어서(55%)와 실용적이어서(45%) 입니다. 실용적이라서 이 차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기엔 더 실용적(가격 대비 적재공간 그리고 보증기간 이후 유지비까지 고려하면)인 차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멋있는데 실용적이기까지 해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균형잡힌 성능으로 유명한 3시리즈 세단의 운동성과 효율은 그대로 지닌 채 정확히 트렁크 부분만 위로 솟아올랐기 때문에, 후륜구동 차량의 전형적인 비율을 유지하여 디자인적으로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적재공간이 올라오면서 2열 헤드룸까지 함께 추가로 확보되어, 업무용, 일상용, 여가용 등 어떤 용도에도 잘 어울리고 또 잘 써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세대의 3시리즈 투어링은 쿼터글라스의 라인을 수정하면서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라인 덕분에 차가 더 날렵해보여서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듭니다.
해치백과 투어링의 천국인 유럽에서도 최근들어 SUV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에따라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SUV 라인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훌륭한 왜건들을 또한 계속해서 출시해주고 있기 때문에 저같이 인터넷 및 길거리 눈요기를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다행한 일입니다. 또한 BMW Korea는 감사하게도 3시리즈 투어링 만큼은 진작에 단종시킨 5시리즈 투어링이나 타 프리미엄 브랜드의 들어온 적 없는 또는 들어온 줄도 모르게 사라진 왜건들과 달리 소량이지만 6세대(F31)부터 지속적으로 수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7세대(G21)인 본 모델도 들여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최신 BMW 모델들 중 일부의 디자인이 산으로 가버린 사례들이 있는데, 다행히도 3시리즈 만큼은 기존의 특징들을 최대한 남겨두면서도 진부한 요소들을 벗어던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콧구멍 크기가 과도하게 커지지 않았고, 길게 뻗은 헤드라이트는 중간을 한 번 찔러넣어서 과거의 더블헤드라이트의 형상을 강조하였습니다. 뒤에서 본 모습은 3시리즈 세단의 안정적이면서도 넓어보이는 디자인을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SUV가 인기인 이유로 사람들이 꼽는 것은 대체로 '넓고 탁 트인 시야'와 '넓은 적재 공간'인데, 수도권 및 전국 대도시에서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다보면 바로 그 SUV의 비율이 너무 높아지다보니 앞차도 뒷차도 서로가 서로를 가리고 있어서 SUV의 뒷모습밖에 볼 수가 없고, 적재공간이 필요한 이유로 많이들 꼽는 여가활동이나 캠핑도 매일 또는 매주 떠나지는 않습니다.
유럽인들이 왜건과 해치백을 유난히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평상시 사용하지 않는 짐칸은 분리해두었다가 필요할 때만 달고 다니는 - 즉, 크고 작은 트레일러를 끌고다니는 일이 일상화 되어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출장을 갔다가도 주변 동네를 돌아다녀보면 주차되어 있는 소형 트레일러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어지간한 왜건과 해치백 차량들에는 견인고리가 달려있는 것을 또한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기동성과 효율을 중시하고, 큰 짐을 실어야 할 때가 생길 때에만 짐칸을 연결해서 쓴다는 사고방식이 약간은 부럽기도 하지만, 주택 또는 낮은 아파트 위주인 그들의 삶의 방식과 고층 아파트 위주인 우리의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약간만' 부러워하렵니다.
제가 글의 서두에서 왜건을 사랑하는 이유를 멋과 실용성으로 꼽았는데, '멋'에는 주행 성능을, '실용성'에는 승차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후륜구동 세단과 전륜구동 국산SUV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보니 비교 아닌 비교를 운전할 때마다 할 수밖에 없는데, SUV의 장점으로 많이들 꼽으시는 '높이'는 결국 SUV의 가장 큰 한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의 기본이자 핵심은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것인데, SUV는 키가 크다보니 태생적으로 이 기본기가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SUV를 들인지 3년쯤 되어가는데, 초반에 아이들이 차의 롤링과 피칭으로 인한 떨어지는 승차감 때문에 멀미로 한동안 고생을 했었고, 지금도 길이 막혀서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면 저도 가끔 속이 울렁거림을 느낄 정도입니다.
7세대 3시리즈 투어링은 언제 들어오는지 궁금해서 사진을 찾다보니 BMW Korea에서 하루속히 이 차를 국내에 출시해 주길 더욱 바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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